글쓰기 공포 탈출하기 <12> 현재진행형 남발하면 안 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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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호 13면

일러스트= 강일구

시제(時制)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 글의 성격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싱싱하고 박진감 넘치는 문장이 좋다. 그런데 문장에 힘을 넣자니 단순한 현재시제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런 ‘2% 부족 현상’을 해소하는 간단한 방법이 ‘현재진행형’으로 만드는 것이다. ‘~고 있다’를 사용해 동작이 진행 중인 것으로 표현하는 방법이다. 특히 사건 현장에서 글을 쓸 때 이런 표현 방식은 문장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면서 싱싱하게 보이도록 한다.
 
① 술을 마신다.
② 술을 마시고 있다.
③ 지금 전동차가 역에 들어옵니다.
④ 지금 전동차가 역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예문 ②처럼 현재진행형은 어떤 일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을 알려준다. 생동감이 느껴진다. 예문 ④처럼 정중하거나 완곡한 느낌을 줄 때도 효과적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현재형으로 표현해도 충분한 것을 굳이 ‘~고 있다’로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우리말이 번역어투에 오염됐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사실 우리말의 진행상(進行相)은 중세 때부터 사용해 온 것인데도 과용해서 그렇다. 이렇게 되면 읽는 사람이 부담스럽다. 다음 예문을 보자.
 
마들여성학교는 이처럼 배움의 기회를 놓친 여성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중략) 교무실마저 교실로 만들고 좁은 복도 공간을 활용해 교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현재 18명의 교사와 130여 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노원구 신문 ‘살기 좋은 노원’에서)
 
보다시피 모든 문장이 ‘~고 있다’로 끝난다. 첫 번째 문장은 그대로 두더라도 나머지는 ‘…복도 공간을 교무실로 바꾸었다’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로 바꾸면 어떨까? 특히 세 번째 문장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표현은 실제 공부하는 동작의 진행 상황이라기보다 재학 중이라는 의미와 가깝다.

동사를 다양하게 구사해 글을 다채롭게 하는 것도 미덕이다. 현재진행형이 박진감 있게 보여도 지나치면 지루해질 수 있다는 걸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