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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후폭풍… 각 당, 긴장속 이해계산 분주

중앙일보

입력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전국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여론조사 결과가 크게 요동치는 등 '탄핵 후폭풍'이 거세게 불자 여야 각 정당이 긴장속에 사태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민주당=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를 주도한 민주당은 13일 잘못된 것이라는 여론이 급격히 조성되고 있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있다.

민주당은 특히 국민들이 탄핵소추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것은 국정혼란에 대한 불안감 때문으로 분석하고, 대통령권한대행인 고 건 총리 체제의 조속한 정착을 위한 지원방안 마련에 골몰했다.

민주당은 또 탄핵소추의 불가피성을 재차 강조하며 이번 사태가 헌정수호를 위한 '결단'임을 부각하는 모습이다.

조순형 대표는 "열린우리당은 대외신인도를 들먹이고 있는데 외국 투자자들도 민주주의 국가에서 (탄핵이)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신인도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추미애 상임중앙위원은 "이렇게까지 치닫게 된 것은 안타깝고 유감스럽지만 마지막 수습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었다"며 "대통령은 국회의장의 대화제의를 거부하는 등 마지막까지 정치적 리더십 발휘하지 못했다"고 탄핵 정국의 책임을 노 대통령에게 돌렸다.

김성재 총선기획단장은 "맹자는 백성을 괴롭히는 임금은 추방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며 "국정불안과 국론분열의 중심은 노 대통령이며, 검찰은 불법대선자금과 당선축하금 등 각종 의혹을 조속히 수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당초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계기로 그동안 한나라당의 정국 대응에 실망해 고개를 돌린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이를 강행한 측면이 없지 않다.그러나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탄핵안 처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압도하는 가운데 당 지지도 마저 급락을 하자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최병렬 대표는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탄핵이후 여론추이에 대해 "헌정사에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상당한 수준의 충격을 받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방송 3사를 위시해서 언론들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르는 것도 통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안이 사안인 만큼 흥분도 있을 수 있고 과장도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민들의 반응을 '흥분'으로 평가하고, 이를 전한 보도를 '과장'으로 규정했다.

최 대표는 이런 주장의 근거로 "우리에게는 그런 기회가 아주 제한됐고 대통령은 그제 TV회견을 통해 핵심적인 그런 부분에 관해 일방적으로 국민들에게 상당히 길고 자세히 설명한 바가 있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 탓도 했다. 최 대표는 "선관위가 언론인들에게는 (대통령이)불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게 보낸 고지문에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이 애매모호한 표현을 썼다"며 "노 대통령은 통보받은 사실 관계만 갖고 긴 설명을 해 국민들에게 상당한 오해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탄핵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터져나왔다. 특히 언론기관 여론조사 결과 탄핵정국이후 열린우리당 지지도는 급격히 치솟고, 한나라당은 오히려 상당 정도 빠진 것으로 나타나자 한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대한 걱정이 여기저기서 분출했다.

◇열린우리당=각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탄핵에 대한 반대여론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가운데 당 지지도가 크게 높아지자 일단 안도하면서 고무된 모습이다.

우리당은 이에 따라 전날 구성한 '헌정수호와 국정안정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본격 가동하며 야3당이 공조, 탄핵안을 가결시킨 것을 합법을 가장한 '의회 쿠데타'로 규정하고 국민을 상대로 한 탄핵의 부당성 홍보에 주력키로 했다.

그러나 여당이 그렇지 않아도 어수선한 사회분위기에 혼란을 가중한다는 이미지를 줄 경우 여론이 비판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당초 검토했던 대규모 장외 규탄대회 개최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는 등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할 방침이다.

우리당은 특히 야3당에 대해 대통령 탄핵을 통해 국정혼란을 부추긴 불안세력으로 몰아붙이면서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는 행보에 주력, '불안세력 대 안정세력'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함으로써 정국 주도권을 틀어쥐겠다는 전략이다.

정동영 의장은 이에 따라 이날 오전 영등포 새 당사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한 뒤 국립현충원과 백범기념관을 잇따라 방문하고 낮에는 영등포시장에서 상인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흔들림없이 생업에 종사해줄 것"을 당부했다.

신기남 상임중앙위원도 "국민의 분노가 치솟고 우리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우리는 여기에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더욱 겸손한 자세로 우리를 가다듬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디지털뉴스센터,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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