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만대화채널 不通-갈수록 악화되는 양국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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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리덩후이(李登輝)총통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대만은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문제를 핫이슈화하는 데 성공했지만,다른 일면으로 중국과의 전면적 관계악화를 감수해야 할 입장에 처해 있다.
중국은 李총통의 방미 및 롄잔(連戰)행정원장의 유럽방문 이후대만과 이달말로 예정된 양측간 고위급 회담을 취소한 데 이어 이 회담을 위한 실무자급 협상도 무기연기함으로써 양측의 유일한공식 대화채널을 닫아버렸다.
중국은 지난 5월말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對대만정책을 강경한 방향으로 선회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더구나 李총통의 방미실현 이후 군부를 비롯한 중국 지도부내 강경 주장이높아지고 있어 이러한 정책방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중국은지난해 11월 대만 인근 해역에서 실시한 군사훈련 이후 올들어처음으로 지난달 30일 군사훈련을 재개함으로써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점차 가시화하고 있지 않느냐는 관측을 불러일으키고있다.대만측은 중국측의 군사훈 련이 대만의 외교적 노력과 그에따른 중국의 외교적 타격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면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李총통을 비롯한 대만 정부 관계자들이 중국과의 관계는 안정과 평화를 기조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지만 중국의 강경 기류(氣流)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느낌이다.
그러나 대만은 중국이 강경입장을 어느 정도 이상까지 몰고 가지는 못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대만에 대한 압박이 가중될 경우 대만내 분리독립의식이 높아져 결국 대만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정도이상의 초강경 입장을유지하지 못할 거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李총통의 방미와 함께 중국 권력층내에서 커지고 있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양측 관계의 커다란 악재(惡材)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 만큼 대만당국은 어느 때보다 이를 조심스럽게받아들이고 있다.
[臺北=劉光鍾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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