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울고 웃는 벤치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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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번트아니면 히트 앤드 런이나 도루,그것 말고 또 무슨 작전이 있겠어.』 경기중 나타나는 공격작전이라곤 위에 열거한 것 말고는 특별한 게 없는 것이 사실.따라서 감독은 덕아웃에 앉아몇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선택만 하면 되는,단순한 역할로 비춰지기도 한다.
지난달 30일 OB와 해태의 경기 9회말 해태 공격 무사 1,2루의 찬스.2-2동점을 이룬 상황이어서 피를 말리는 1점승부였다. 덕아웃이 선택할 수 있는 작전은 결국 앞서 열거한 것으로 좁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무사 1,2루가 되자 OB는 번트에 대비,내야진이 전진수비를펼쳤다.순간 해태 덕아웃은 타자 김상훈을 불러들여 무언가 작전지시. 투수가 공을 던지는 순간 OB내야진이 전진수비를 펼치면강공,정상수비위치면 번트를 대기로 한것.대신 1루 베이스코치가소리를 질러 상황을 알려주기로 했다.
그러나 OB벤치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전진수비 계획을 수정,전진하는 척하다 정상수비위치를 고수했다.
김상훈은 이같은 OB의 수비작전에 속아 2루수 정면 병살타를치고 말았다.
그래도 상황은 2사 3루.이번엔 OB의 차례.OB 덕아웃은 1,2루가 비어있는 만큼 투수 강병규(姜柄圭)에게 타자 이순철(李順喆)을 거르도록 지시했다.OB로선 다음타자 이건열(李建烈)도 거르고 최해식(崔海植)과 승부를 하려했던 것 .
그러나 姜은 약속과 달리 초구에 홈플레이트 한복판 슬라이더를던졌고 결국 끝내기 2점 홈런을 얻어맞았다.경기도중 드러난 상황보다는 조금더 복잡하게 감독의 머리싸움이 펼쳐진 예다.
[광주=金弘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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