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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달아 높이곰 돋아사"작가 이영희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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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우리네 역사에서 가장 활달했던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오늘날 우리사회의 바람직한 성(性)문화를 모색하겠습니다.』 지난 1월부터 中央日報에 인기리에 연재중인 소설 『달아 높이곰 돋아사』의 작가 이영희(李寧熙.64)씨의 삼국시대에 대한 인식은 남다르다.신라 향가(鄕歌)와 일본의 고대 역사서,노래집을 두루 섭렵한 그는 삼국의 정치.문화가 일본 고 대국가의 형성에 그대로반영됐다고 생각한다.1부 「처용가(處容歌)」에 이어 7월부터 2부 「수로부인(水路夫人)」으로 접어드는 『달아…』의 작가 李씨를 만나 소설의 배경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삼국시대는 가장 영광스러웠던 시대였습니다.흔히들 이 시기를고구려.백제.신라등 세나라가 경합을 벌였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이는 당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가야를 무시하는 셈입니다.이시대는 3국이 아니라 4국시대로 보아야 합니 다.』 李씨에 따르면 이같은 4국의 저력은 바로 바다를 건너가 일본문화의 주류를 형성했다고 한다.야요이(彌生)문화등 일본 고대문화의 바탕에는 한국의 자취가 광범위하게 깔려있다는 것.李씨는 이같은 사실이 일본의 고대서적에 명확하게 남아있다 고 역설한다.『일본인들이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역사서적「고사기(古事記)」「일본서기(日本書紀)」나 노래집인 「만엽집(萬葉集)」은 한국 고대어의 보고입니다.』 따라서 李씨는 일본식 이두(吏讀)로 기록된 이 책들을 분석하면 당대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의 국제교류와 정치상황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말한다.특히 일본어에 등장하는 삼국시대의 민속.지명등의 자취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해 李씨는 이같은 실상을 소설속에 그대로 농축해보이겠다고 각오를 펴보인다.
작가가 주목하는 또다른 부분은 삼국시대의 자유롭고 활기찼던 성풍속.남녀간의 애정표현이 이때만큼 자연스럽게 전개됐던 시기는없었다는 주장인데 오늘날의 문란하고 원칙없는 자유연애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청결한 「사랑나눔」이 이뤄졌 다고 한다.예컨대 당시는 애정표현이 지금보다 훨씬 자유로웠지만 정신적인 사랑의 교감이 없으면 부부간일지라도 과감히 잠자리를 거부할 정도였다는 시각이다.
『1부에서는 처용가의 내용을 빌려 길례라는 한 주부의 외도를그려보았습니다.2부에서는 폭을 넓혀 아리영 부부를 통해 남편과아내가 모두 외도하는 상황을 설정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그가노리는 것은 단순한 풍속소설이 아니다.하룻밤의 만남을 즐기는 정도로 어지럽게 풀어진 오늘날 일부 사람들의 세태가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깔려있다.삼국시대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좀더 건강하고 성숙한 남녀의 교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인간의 자연스런 본성을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李씨는 금욕주의도배격한다.오히려 그는『에로티시즘의 미학을 문학적으로 최대한 승화,문학사에 남는 작품을 쓰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삼국시대 일본,그리고 오늘날을 오가며 일종의 「연애역사소설」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시도하고 있는 李씨는 「천의 얼굴」이란 별명을 가질 정도로 다양한 재능을 발휘한 작가.창작동화집 27권에 『또 하나의 만엽집』등 일본어로 된 서적도 7권 펴냈는가하면 일본문헌에 나타난 우리민족의 우수성을 증명한 『노래하는 역사』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또 일본에서의 활동도 두드러져 그를 후원하는 일본인이 2천명에 달하며 그가 손수 편집한 소식지 『記.紀.萬葉의 解讀通信』도 지 난 5월호로 65호를 기록했다. 〈朴正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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