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내가사랑하는공간>작업실 마루청-조각가 李榮鶴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몸담고 있는 공간은 그 사람의 면면을 반영한다.
서울대 미대 조소과를 나와 인체 조각의 본고장으로 일컬어지는이탈리아 로마에까지 유학,조각계에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조각가 이영학(李榮鶴.47)씨는 작품 세계뿐 아니라 그의 작업실도 꾸밈없는 자연미로 넘친다.
북한산의 짙은 녹음,잡힐듯이 지척에서 지저귀는 새소리가 마냥좋아 90년부터는 대학 강의도 뒤로하고 전업(專業)작가의 길을걷는 그의 작업실은 1백30여평 남짓한 대지에 지하 1층.지상2층 규모.각 층은 30평쯤 된다.1층은 응 접실로 쓰는 5평가량 되는 마루청과 작품 마무리실.주방으로 돼있고 지하실은 쇠를 녹이고 거푸집을 만드는 본격적인 작업실로 쓴다.1,2층과 지하실에 하나씩 있는 방에는 작품들로 꽉 차 있다.
마치 싸구려 공방에나 온듯한 느낌을 주는 이 작업실은 그가 8년여전 서울 수유동 북한산 자락에 자리잡은 45평형 빌라로 이사온 후 근처의 비어있는 집을 헐값에 구입한 것이다.
특히 1층 마루청은 아무렇게나 구석에 걸려있는 옛날 시골 엿장수가 쓰던 가위,몇 백년은 실히 묵은 통나무 탁자,손때가 절은 뒤주를 개량한 책장,한국산 화강암과 무쇠로 만든 나무 등걸.까치 호랑이.머리에 작은 뿔이 난 부처상 등 토 속적이고 우스꽝스러운 정물들이 친근감을 더해 준다.
논을 가는 소처럼 우직하게 한 길만 가겠다는 의지를 굳히려는듯 목우당(木牛堂)이라고 명명한 그의 작업실 마루청 바닥도 베니어 판을 주워다 얼기 설기 기워 놓았다.『시골 구석 구석을 헤매다 보면 돈을 주고 구하기 힘든 목판이나 낡 아빠진 고가구를 가끔 보게되죠.갖은 손재주로 수리 해주고 하나쯤 얻어오기도합니다.품앗이 하는 셈이죠.』 그러고 보니 군데 군데 고가구가눈에 띄고 국민학생이 앉는 의자도 몇개 놓여있다.호랑이수염은 녹슨 대못,학의 몸체는 망치등 주로 폐품을 이용한 그의 작품들과 걸맞은 실내 풍경이다.
그와 자주 어울리는 걸레스님 중광이 그의 작품을 무공해라고 부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리라.
『기교가 좀 모자라더라도 작가 개인의 추구하는 뜻이 담긴 작품이 훌륭하다고 생각해요.다시 또 회의와 고비가 있겠지만 어쨌든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를 표출하는데 일생을 바칠 작정입니다.
』 〈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