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울 만의 얼굴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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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세계적인 도시들이 디자인을 앞세워 특유의 매력 만들기에 열심이다. 한번 가보고 싶은 곳, 살고 싶은 곳으로 인식되는 순간 도시의 가치와 공간 경쟁력은 한 단계 올라가기 때문이다. 일본 최대 디자인회사 ㈜GK의 미나미 가즈마사(64·사진) 대표는 27일 이에 관한 조언을 했다. “도심에서 차량과 고층건물을 몰아내야 사람 중심의 도시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디자인진흥원이 한·일 간 공공디자인 교류를 활성화하려고 개최한 한·일 환경색채 세미나 참석차 방한했다. 베이징 올림픽 환경공원과 도쿄도 정부청사 등을 디자인했다. 인천시의 영종도 개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서울을 어떻게 평가하나.

“강과 산을 낀 매력적인 도시다. 하지만 하루만 있어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밤낮으로 네온사인이 번쩍인다. 주거·사무·유흥 공간이 혼재돼 있다. 인간적이란 느낌도 들지만 정돈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원인을 뭐라고 보나.

“서울뿐만 아니라 빨리 성장한 도시가 비슷하게 겪는 문제다. 개발 지상주의에 앞서 일반 시민은 물론 디자인·문화 쪽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미래를 생각하며 도시 전체의 디자인을 논의해야 한다.”

-서울이 디자인이 뛰어난 매력적인 도시가 되려면.

“뉴욕이나 도쿄·홍콩·서울 등은 어찌 보면 비슷비슷하다. 고층빌딩이 즐비하고 건물 안에 가보면 엇비슷한 글로벌 유명 브랜드가 판친다. 서울만의 얼굴을 찾아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서울이 뉴욕과 다른 건 결국 역사와 문화다. 사람이다. 도시는 그 도시민이 먹고 자고 살아가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서울 사람의 그런 모습이 드러나야 한다.”

-전통문화 보존을 뜻하는 건가.

“그것도 중요하지만 노점상, 좁은 골목길, 오래된 재래시장 같은 걸 잘 보존해야 한다. 또 도심에서 차량과 초고층빌딩보다 사람 중심의 공간을 중시해야 한다. 일본 교토를 가보면 2차선을 1차선으로 줄이고, 버스 노선을 도시 밖으로 내몰고 고층건물을 짓지 못하게 한다.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도 마찬가지다. 모두 사람들이 마음껏 걷고 대화하고 퍼포먼스(길거리 공연)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결과 세계적 도시가 된 것이다.”

-(이번에 참여하는)영종도의 천공도(遷公島) 프로젝트는 어떤 건가.

“영종도에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살린 새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다. 우선 한국의 역사와 문화 공부를 많이 할 참이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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