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 생존자 아르바이트생 권미숙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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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삼풍백화점 붕괴 2시간40여분만에 무너진 철근콘크리트더미속 지하1층에서 구사일생으로 구출된 삼풍백화점 상품기획실 아르바이트직원 권미숙(權美淑.여.서울성동구화양동)씨는 살아난 것이 믿어지지 않는듯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사고당시 權씨는 1층 한가운데 직영 브랜드 행사매장에서 의류를 팔고 있었다.
『1층 매장에서 손님을 맞던중 갑자기 사람들이 웅성거리더니 비명을 지르며 출구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무슨 영문인지 몰라따라갔지만 미처 출구에 이르지 못해 쓰러지고 말았다.』 權씨는『당시 1층에는 손님.직원 합해서 1백50명정도가 있었다.그중50명 정도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천장에 갇히고 말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權씨는 『출구에 이르는 순간 「꽝」하는 소리와 함께 공중으로붕떠 3~4차례 날아다닌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權씨는 이어 지하로 떨어진뒤 10분만에 기억을 되찾았지만 몸을 일으켜 세울 수가 없었다.왼쪽다리를 짓누르고 있는 콘크리트더미를 도저히 치울 수 없었다.
權씨는 이후 암흑속에서 왼쪽다리의 통증을 참으며 「잠들면 죽는다」는 생각이 들어 가물거리는 의식을 부여잡았다.
2시간여 지난뒤 사람들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고 흐릿한 불빛이 스며들었다.
權씨는 구조대원들이 콘크리트더미를 치우는 30여분의 구조작업끝에 구출됐다.강동구성내동 동주병원에 응급후송된뒤 權씨는 피가철철 흘러내리는 왼쪽 다리를 쳐다보며『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만해도 안에 40명이 넘었다』고 말했다.
『12년전 이혼하고 혼자 키운 외아들(15)을 남부럽지 않게교육시키려고 지난해 12월부터 백화점에서 일했는데 내 다리가 이렇게 되다니….』 〈金玄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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