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섹시토크] 강한 남자는 ‘몸’으로 말한다

중앙일보

입력

“그거야 앞으로 했다가 옆으로 했다가 돌려놓고 했다가 빙빙 돌리고 쉬었다 놀면서 하면 나도 아침까지다.”

“그러면 뭐 어려워. 세 시간은 기본이지.”

“세 시간이 아니고 네 시간도 좋고 다섯 시간도 좋다니까!”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허풍인지는 모르겠으나 쉰 근처의 아저씨들 대화란 자못 무게가 있었다. 자신의 무용담을 자랑삼아 이야기하는 그들의 이야기에서 방점은 그 누가 오랜 ‘시간’을 버티며 자신의 힘을 넘어서느냐다.

그러자 음담패설의 최강, 아니 술자리 ‘음담 패행’의 최고 권위자는 누구일까 궁금했다.

영화로 나왔다가 시리즈를 이어갔고, 드라마로 나와 인기를 모은 <장군의 아들>을 기억할 것이다. 주먹과 의리를 생명처럼 여겼던 선 굵은 드라마 <장군의 아들>은 한국 남성들의 로망(공상적 애정 무용담)이었다.

나는 이것을 소설로 접했다. 드라마·영화·소설은 각각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남성의 로망이라는 공통점은 있었다. 특히 소설은 다른 어느 부위보다도 두 다리 가운데의 선이 굉장히 굵었던 소설이었다. 꽤 오래 전에 읽었지만 그 부분만 반복해 읽었기에 지금도 소설 속의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특히 주인공이 실존 인물이었기에 더 사실감 있는 소설 <장군의 아들>(홍성유)이다. 이 가운데 김두한의 오른팔과 왼팔인 망치와 쌍칼이 기억난다.

특히 망치는 단단하고 땅딸한 외모와 달리 망치 같은 주먹으로 웬만한 사내는 단번에 쓰러뜨렸음은 물론, 망치 같은 아랫도리로 웬만한 여자도 쓰러뜨릴 만큼 강력한 남성성을 지닌 캐릭터였다. 제 아무리 닳고 닳은 기생이어도 그와의 밤에는 찌를 듯한 비명을 질러댔고, 한 번 들어오면 그 집의 여자 모두를 자빠뜨리는 무서운 정력가였다. 영화처럼 생생했던 한 장면.

망치가 술자리에서 기분 좋게 마신 뒤 분위기가 흥겨워져 꼽추 춤을 추는 장면이 있었다. 김두한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배꼽을 쥐며 웃었던 자리에서 망치는 갑자기 벌떡 일어서 옷을 벗었다.

꼽추 춤을 추다 등 대신 가운데 다리가 흥분해버린 망치는 짧고 단단한 원통형의 육체와, 그 육체의 한 가운데를 수직으로 가리키는 대물을 공개했다. 모든 사람의 시선은 당연히 그 곳에 꽂혔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꼿꼿하다 못해 위를 향해 솟아버린 그 대물에 망치는 벌떡 일어나 물주전자를 그 곳에 걸었다.

솟았던 대물은 팽팽하게 앞을 향했고 그 상태 그대로 방 이 구석에서 저 구석까지 몇 번을 왕복하도록 주전자는 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은 채 그대로 걸려있었다. 여자들은 자지러졌고 남자들은 부러워했다. 그리고 여자들은 그날 밤 망치를 서로 차지하려고 애 썼고 남자들은 모두 고개를 숙였다.

어린 나이였지만 그 소설을 접하고 나는 깨달았다. 남자의 진짜 인기란 허풍도 농담도 EDPS도 아닌 실한 몸 자체에 있다는 것을.

이영미는?
만화 스토리 작가, 칼럼니스트. '아색기가' 스토리 작가. '떠 있는 섬의 비밀' 전 6권 스토리 작업. 블로그 만화 관람차 http://blog.naver.com/klavenda 운영.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