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신의 난’ 잠수 … ‘55인’도 지역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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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득 국회 부의장이 25일 경북 포항시 선거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左). [포항=연합뉴스]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이 25일 서울 은평구 자택에서 국회의원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사진=강정현 기자]

25일 후보 등록이 시작되면서 권력투쟁 양상으로 흐르던 한나라당의 내분 사태가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이상득 국회 부의장이나, 이 부의장의 불출마를 요구했던 이재오 의원과 소장파 후보 55명 모두 등록과 함께 지역구민 앞으로 달려갔다. 이들은 그간 갈등에 대해 “나라와 당을 위한 충정이었다”고 말했다. 봉합하려는 모양새다. 하지만 “권력 속성상 잠시 묻힌 것일 뿐 다시 재연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눈물 비친 이상득=이 부의장은 이날 오전 포항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어제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안심시키려고 반드시 출마한다고 큰소리쳤지만 사실 등록 포기도 생각했었다”고 토로했다. 동생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누가 될까 봐 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눈물을 내비쳤다.

그는 “당선되면 당과 국회에서 어떤 직책도 맡지 않겠다. 대통령 친인척으로 몸 관리와 처신을 철저히 하겠다”고도 했다. 권력투쟁설은 부인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다른 사람 같으면 불출마 요구를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도 이 부의장의 뜻이 확고해 물러섰다고 한다.

◇출마로 돈 이재오=이 의원은 이틀간의 ‘잠적’을 끝내고 이날 구산동 자택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모든 오해와 음해를 뚫고 정권교체의 참뜻을 실현하는 데 내 전부를 바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의장과 동반 불출마 의사를 접은 것이다. “대통령을 만든 사람으로서 더 이상 권력에 대한 욕심이 없다. 나는 이미 마음을 비웠다”고도 했다.

그는 내분 사태 와중에 이 대통령과 독대했다. 그러나 오히려 “출마하라”는 얘기만 듣다 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심하느라 자신과 함께했던 55명과 한때 연락을 끊는 일이 있었다. 그래서 이들과 균열도 생겼다. 이 대통령의 측근이자 55명 중 한 사람으로 서명에 참여한 정두언 의원은 이날 “‘바른 길이니까 함께 갑시다’라고 먼저 나섰다가 갑자기 출마하겠다고 하니 너무 황당하다”고 말했다. “실망했다”고 토로하는 후보도 있다.

이 의원의 지역구 사정도 썩 좋지 않다. 당에선 “‘실패한 거사’ 때문에 이 의원이 이 부의장 측이나 소장파 의원들 모두로부터 실인심을 한 게 아니냐. 앞으로 역할 공간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정두언 의원은 이날 “이 부의장 불출마를 요구한 55인은 오직 당과 대통령을 위해 나선 만큼 ‘생육신’”이라며 “역사를 보면 충신이 일시적으로 패배할 순 있어도 결국 승리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실패한 거사’를 초기에 주도했다는 얘기에 대해선 “내 미래가 불투명해져도 후배들을 외면할 수 없었고 그들이 하는 일에 명분이 있었다. 후배들이 힘을 실어 달라고 해 돕게 된 것”이라고 부인했다.

◇“과반수 못 얻으면 대표 사퇴”=이날 윤진식 후보의 충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강재섭 대표는 “당의 화합을 위해 (공천 반납 등) 내 모든 것을 던졌다”며 “개표 직후 과반수를 못 얻으면 대표를 사퇴할 것이니 공천 문제에 대해선 말들 그만하자”고 톤을 높였다.

고정애 기자, 포항=정강현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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