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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역설의 일본사" "중국,중국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세계화시대를 맞아 세계 여러나라,그중에서도 특히 일본과 중국의 문화와 역사를 소개하는 책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그러나 대부분의 국내 저작이 체계적 접근이라기보다는 기행문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할뿐만 아니라 국민감정에 편승한 것 또한 사실이다.그런 점에서 최근 번역 출판된 임어당의 『중국,중국인』(장락 刊)과 이자와 모토히코의 『역설의 일본사』(고려원 刊)는 중국과 일본의 지식인이 자국의 문화와 역사관등을 비판한 것이어서 이들 나라의 국민정서에 한걸음 더 다가가게 만드는 책들이다. 『중국,중국인』이 이미 1956년 영어로 발표된 작품이고 언론인출신 아마추어 역사가가 쓴 『역설의 일본사』도 「고대 한반도야말로 중국의 모방」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깔린 한계를 안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나라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교정하는데 도움이 될 만하다.
임어당에 따르면 중국인 자신들조차 중국인의 정의를 물으면 추상적인 대답밖에 할 수 없을 정도로 기질.신체적 조건.생활습관등에서 지역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인다.그러면서도 그들이 끈끈한 동포애를 발휘하는 것은 결코 다른 문화에 대 해 배타적이지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중국인은 또 외국어 대화에서 대단한 긴장감을 느끼는데 이 때문에 외국인과 교제를 끊거나 심지어 외국인과의 공동투자나 결혼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중국인들의 생활문화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크게 잘못돼 있다는점도 이 책에서 확인된다.대표적인 케이스가 전족(纏足).지금까지 전족은 여성들에 대한 억압의 상징으로 여겨져왔는데 사실은 성적인 이유가 컸다고 한다.전족을 할 경우 여성 들의 걸음걸이자체가 성을 자극하는 형태로 바뀌기 때문이다.전족은 방탕한 왕들의 궁정에서 비롯됐다는 게 임어당의 결론.『역설의 일본사』는일본고대사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자연히 한반도와의 관계에 대한 언급이 많다.저자는 먼저 『학 문적 논의를 민족적 우월감의재료로 삼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한다.이자와는 일본왕가가 한반도에서 건너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조심스럽게 펼친다.일본왕릉을 발굴해 연구하면 한반도와 고대 일본의 관계가 분명히 밝혀질텐데 일본정부가 왕릉을 신성시,고고학자의 출입자체부터 차단하기 때문에 양국의 관계사가 계속 왜곡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저자는 일본왕릉에 묻힌 주인공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묻힌 왕과 그 시기 묘의 형태가 서로 맞지 않은 경우가 많기때문이 다.임나일본부(任那日本府)설에 대해서는 프랑스와 영국의역사를 빌려 설명하고 있다.프랑스 노르망디지방의 한 영주가 영국을 정복,윌리엄 1세로 영국을 통치했고 그후 영국의 에드워드3세가 프랑스왕가와의 혈연관계를 내세워 프랑스왕위를 요구했다가백년전쟁을 부르기도 했는데 임나일본부 역시 비슷한 경우라는 것이다.일본에 건너갔던 한반도인들이 그곳을 정복한 뒤 다시 모국에 진출해 설치한 영지가 바로 임나일본부라는 이야기다.우리나라에선 임나일본부의 한반도 재지(在地)설 자체를 허구로 단정하고있지만 재미있는 발상임에는 틀림없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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