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조지 시걸展-28일까지 호암갤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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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예술가는 누구나 그가 몸담고 있는 사회와 따로 떼어선 존재할수 없는 존재다.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혹은 구상화든 추상화든화가들 역시 시대와 사회의 살아있는 현실을 반영하게 마련이다.
미국의 현대조각가 조지 시걸(1924~)은 이런 면에서 볼 때 사회현실에 대해 직접적인 발언을 하는 작가로 분류할 수 있다.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열리는 개인전이라 국내 미술애호가들에게폭넓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걸은 미국 조각계를 이끌어가는 대표적 작가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현대는 무엇보다 도시의 팽창으로 정의된다.18세기 산업혁명 이후 가속화된 도시화는 이제는 거스를수 없는 시대의 대세로 자리잡았다.21세기에 가면 지구촌 인구의 70%이상이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나 현대문명을 대변하는 도시의 확산이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수많은 철학자와 지성인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도시의 외형적 화려함 속에는 왜소한 군상들이 숨겨져 있다.능률을 앞세우며 공룡처럼 비대해진 도시의이면에서 목적없이 하루하루를 힘겹 게 지탱하는 소시민들이 바로그들이다.
시걸은 이런 고독하고 소외된 도시인들을 주목한다.시대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을 실물크기의 석고조각으로 실감나게 재현하고 있다.담배.술등 상품광고가 너저분하게 붙은 가게 앞에서 팔짱을 끼고 넋나간듯 의자에 걸터앉은 중년의 사내,도시의 벤치에서 서로 등을 마주보며 무관심하게 전면을 응시하고 있는 남녀,뉴욕의 흔한 거리에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무료하게 기다리는 인물들은 모두 의미를 상실한 현대인의 공허한 삶을 상징한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화가로부터 출발한 시걸의 작품세계를 초창기부터 현대까지 전반적으로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한국에 첫 소개되는 전시인만큼 시걸의 변신과정을 요령있게 정리한다.60년대 미국을 풍미했던 추상표현주의의 영향 을 받아 표현이 다소 거칠었던 초기부터 베트남전 반대등 사회적 문제를 다룬 공공조각을 거쳐 도시인의 내면심리를 표출한 최근까지 모두 33점이 선보인다.(751)9995.
朴正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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