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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바둑교실 고사리 棋士 무럭무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지난 금요일 오후 서울광장동 현대아파트3단지 상가내 「동그라미 바둑교실」.10평정도의 실내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국민학생 20여명이 뿜어내는 바둑 열기로 뜨거웠다.고사리같은 손으로흑백의 돌을 바둑판에 갖다놓는 귀여운 모습과는 달리 의자 위에허리를 곧추세우고 반면을 바라보는 시선은 사뭇 매섭다.
이날 유치원때부터 바둑을 배워 8급실력을 갖춘 정영훈(성동국교 1년)군이 3급인 김슬랑(광남국교3년)군에게 「겁없이」 도전했다.흑을 잡고 석점을 접었다.
영훈군의 주특기는 세력.그러나 『포석에도 자신있다』고 다부진표정이다.그러나 처음의 자신감과 달리 대마가 잡히자 순간 영훈군의 얼굴이 빨개지며 울먹일듯한 표정.
전자오락에 한창 빠질 나이의 영훈군이 바둑에 입문하게 된 것은 아버지 때문이다.5급인 아버지와 한두차례 두다 보니 전자오락보다 「심오한」 매력이 있어 바둑을 두기 시작했다.
『아빠바둑은 엉터리예요.호선으로 두는데도 제가 이길 때가 많거든요.』 청출어람이라고 할까.영훈군의 태도가 아버지보다 한수위인듯 당돌하다.
이제 전국의 바둑교실에는 영훈군과 같은 「고사리바둑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현재 전국의 어린이바둑교실은 줄잡아 1천2백여개로 추산되고 있다.지난90년 한국기원이 2백여곳의 바둑교실을연이후 불과 4~5년만에 6배로 급증한 것이다.
『바둑은 어린이들의 두뇌를 발달하게 해주고 사고의 폭을 넓혀줍니다.특히 바둑은 마라톤과 같은 긴승부가 요구돼 인내력과 끈기를 길러주지요.이 점이 또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고 있고요..』 동그라미바둑교실의 어태수(魚泰秀.38.아마5단)원장은 바둑이 어린이의 정서함양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강조한다.그러나어린이바둑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는데도 어린이기사를 육성할 토양은 여전히 척박하기만 하다.
어린이 바둑인구에 비해 대회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지난해 열렸던 어린이바둑대회는 김성준배.해태배.이붕배.오리온배.문체부장관배등 모두 5개.
대회수가 한해에 5개로 제한되다 보니 정원 1천명인 대회마다4천~5천명씩이 몰려 대부분 어린이는 부모의 손을 잡고 쓸쓸히돌아서기 일쑤다.
『전국에 1천2백여개의 바둑교실이 있는데 대회당 정원은 1천명입니다.결국 한 바둑교실에서 어린이를 대회에 1명도 채 못내보낸다는 아야기입니다.바둑은 어릴때 기재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가장 좋은 방법이 바둑대회에서 경쟁을 통해 우수한 기재를 발견하는 거지요.』 한국기원 보급부 임동균(任東均)차장은 『어린이바둑대회가 어린이바둑붐에 발맞춰 대폭 늘어나야 한다』고지적했다.
河智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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