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에르메스競馬 모자패션도 한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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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까만 챙 위에 얹은 화려한 원색의 꽃,커다란 리본형 주름장식,모자라기보다 관(冠)이라고 불러야 옳을 듯한 분수모양의 망사너울….지난 11일 「디안 에르메상(賞)경마대회」가 열린 파리근교 상티의 들판은 형형색색의 우아한 모자를 쓴 2만여명의 남녀로 가득찼다.
상류사회의 사교장 역할을 하는 유럽의 경마장은 화려하면서도 격식있는 유럽인들의 멋내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
특히 디안 에르메스대회는 여성 참석자들이 화려한 모자를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한때 참석자 가운데 가장 우아한 모자를 쓴 여성에게 다이아몬드가 박힌 금시계를 시상하면서 생긴 전통이지금도 이어져 여성들은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이든 ,손수 장식한것이든 모자꾸미기에 남다른 공을 들인다.14회째인 올해 금시계시상은 이제 없어졌지만 곳곳에서 터지는 사진사들의 플래시가 아름다운 모자를 쓴 여성에 대한 찬사를 대신했다.
참석자들의 모자는 아무리 개성을 발휘한다 해도 보수적이고 복고적인 유럽 상류사회 분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 특징.사각으로 만든 챙 위에 테니스 코트를 그려넣은 모자,인도풍의터번을 흉내낸 모자도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의 유 럽인 참석자들은 단지 「재미있다」는 평가에 그쳤다.주로 찬사를 받은 모자는고전적인 넓은 챙을 응용한 디자인.리본.꽃.깃털을 과감하다 싶을 만큼 풍성하게 장식한 멋쟁이들이 시선을 끄는 가운데 모자의우아한 선만 살린 단순한 디자인도 강세를 보였다.고급스런 소재외에 소박하면서도 초여름 바깥나들이 기분을 마음껏 살린 밀짚 제품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한국여성이 쓴 양반갓은 반투명한 소재가 뜻밖에 현대적인 인상을 주었던 듯 『새로 나온 샤넬 제품이냐』는 질문을 받 기도 했다.
매년 초여름이 시작되는 6월의 한 일요일을 택해 열리는 이 대회는 실크와 가죽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세계적인 고급 패션브랜드 에르메스가 주최한다.
[파리=李后男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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