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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정책전문기자진단>中.여성정책의 허와 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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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 30년 한국의 실질적 정치발전에 대해 정치학자의 평가는대부분 부정적이다.하지만 변칙적 정치의 빌미가 되었던 각 정권의 헌법자체는 미국.영국.프랑스헌법의 장점을 고루 갖춘 외형상거의 이상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제도와 법 이 문제가 아니라 그의 실제적 시행과 운용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되새기게 한다. 여성정책 역시 마찬가지다.우리나라의 여성전담기구체제는 가위세계 일류수준이다.정무장관(제2)실.여성개발원.국회 여성특위를골고루 갖추고 있어 여성지위향상을 위한 행정기구.전담연구기구.
입법기구가 완비돼 있다.특히 여성개발원이 발족된 83년 이후 여성단체.여성국회의원등의 적극적 노력속에 여성정책에 대한 연구.법개정.입법작업이 계속돼 왔기 때문에 부족하나마 법의 정비에서도 괄목할만한 발전을 보여왔다.
문제는 성숙해 보이는 외적상황에 비해 여성정책의 실효성이 뒤떨어진다는 데에 있다.아무리 좋은 제도와 법도 효율적으로 운용되고 구체적으로 시행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87년 제정,89년 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은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남녀균등대우원칙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특별법이다.「00년 이후 출생한 군필남자에 한함」과 같은 모집.채용상의 차별뿐만 아니라 교육.승진과정에서 여성을 배제하거나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2백50만원 이하의 벌금부과를 규정하고 있는등 여성노동자의 양적 팽창과 질적 성장을 위한 교두보로서 의미가 있다.특히 개정안에서는 여성채용우대의 가능성을 부여했고 남녀노동자간 「동일노동=동일임금」뿐만 아니라 1년의 육아휴직을근속기간에 포함하도록 했다.
그러나 기업이 남성을 우대하는 고용.승진등의 관행을 고수할 경우 이를 성차별로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이 시행령등으로 마련돼있지 않아 여성인력의 임시직고용.여성의 용모제한등 고평법의 편법회피가 만연하고 있다.
또한 사용주와 여성근로 자 사이에 고평법적용에 대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도 분쟁을 처리하는 절차가 신속하지도,간단하지도 않고 고용문제조정위원회의 조정도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아 분쟁의 합리적 해결이 어렵다.
여성근로자의 육아휴직허용에 있어서도 휴직에 따른 비용을 사용주가 전적으로 부담하도록 돼있기 때문에 사용주에게는 여성고용을기피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윤락행위등 방지법 개정안은 법의 당위성과 시행방침간의 괴리로 실효성이 없는 여성정책의 좋은 예다.이 개정안의 요체는 性을 파는 행위만 처벌하고 상대방은 불문에 부쳐온 윤락방지법의 2중적 윤리관을 벗어나서 성을 사 고 팔거나 이를 조장해 착취하는 행위,또 매춘을 시키기 위한 인신매매등을모두 처벌한다는 데에 있었다.그러나 정부가 매매춘의 방지와 단속의 어려움을 들어 매매춘의 방지.단속을 강화하지 않고 이를 묵인함으로써 법은 있으나마나 한 셈이 됐다.
이상의 예에서 본대로 여성정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이유는크게 정부의 정책지원의지 빈약.시행령의 구체성 결여.예산확보와같은 정책지원환경의 미비등으로 압축될 수 있다.또한 여성정책을결정하는 대다수의 정책결정자들이 유교적 사고 방식에 젖어있어 시대가 요구하는 남녀평등이념을 「억지춘향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실효성 있는 여성정책을 내놓는 것,이것이 참 여성정책의 도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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