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캠리’ 내년 하반기 몰려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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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국내 자동차 시장은 수입차 개방 이후 가장 큰 소용돌이에 휘말릴지 모른다. 바로 ‘도요타’발 쇼크다.

조 후지오 도요타 회장은 2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하반기부터 한국 시장에 우리 브랜드를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는 2000년 한국에 상륙했지만 도요타의 대중차 브랜드가 들어오는 건 처음이다. 품질·가격 경쟁력과 브랜드 인지도를 두루 갖춘 세계 최강 도요타의 진출로 수입차는 물론 국내차 시장에까지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캠리 앞세워 수입차 1위 노려=도요타가 들여올 차종은 프리우스(하이브리드 카)·캠리(중형 세단·사진)·라브4(스포츠유틸리티차량) 세 가지다. 본사의 우라니시 도쿠이치 부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초기엔 월 500대를 팔고 이른 시일 안에 월 1000대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BMW의 월 평균 판매량은 630여 대. 수입차 1위를 차지하겠다고 공언한 셈이다.

주력 차종은 역시 캠리다. 1980년 출시된 캠리는 97년 미국에서 포드 토러스를 제친 이래 2001년을 빼고 10년간 미 승용차 판매 1위를 지킨 베스트 셀링 모델이다. 지난해에도 미국에서만 41만 대가 팔렸다.

캠리 최고급형은 SK네트웍스에서 들여와 4500만원에 팔고 있지만 공식 판매가는 이보다 낮게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치기라 다이조 한국도요타 사장은 “수입차 중 대중차 브랜드의 동향을 감안해 경쟁력 있는 가격을 책정하겠다”고 말했다.

경쟁 차종인 혼다 어코드가 3000만원대여서 캠리도 이와 비슷한 가격을 매길 전망이다. 이 경우 가격이 비슷한 현대 그랜저나 르노삼성 SM7 등 국산 차와 정면 승부를 벌이게 된다. 박동훈 폴크스바겐코리아 사장은 “중저가 수입차 시장이 커지면서 유럽 차보다 도요타 같은 일제 차가 한국 시장을 잠식해 갈 것”으로 내다봤다.

◇하이브리드 카 선봉장 프리우스=캠리 못지않게 위협적인 차가 프리우스다. 97년 출시 후 94만 대가 팔린 하이브리드 카의 대표 주자다.

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의 하이브리드 카 비중은 0.7%에 불과하다. 하지만 연비(L당 25.5㎞)가 뛰어난 프리우스가 3000만원대 초반에 들어오면 사정이 달라진다. 정부가 내년께 하이브리드 카 구매 시 차값 일부를 보전해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도 도요타에 고무적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입차라고 보조금 지급에서 제외할 순 없다. 일본 차가 어부지리를 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배기량 1.5L인 프리우스는 현대차가 내년 말 출시할 아반떼 하이브리드 카와 맞붙는다. 현대차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기술력에서 도요타에 뒤지지만 도요타에 없는 LPG하이브리드 카로 맞불을 놓겠다”고 말했다. 도요타는 북미 시장에서만 판매하고 있는 캠리 하이브리드 카도 한국에 들여오기로 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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