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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보 번호는 어떻게 붙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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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1975년 금강산 내금강 만폭동에서 고려 시대의 불상 11구가 발견됐다. 북한 측이 만폭동 바위에 ‘지원(志遠)’이라는 글자를 새기다가 그 바위 틈에서 황금빛 불상을 무더기로 찾아냈다. ‘불교의 나라’ 고려의 개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

그 중 ‘금제미륵보살좌상’(북한 국보 25호, 높이 14.2㎝)의 독특한 조형양식이 주목됐다. 삼국시대의 미륵보살과 달리 오른쪽 무릎을 세우고 오른팔을 직선으로 뻗치며 명상에 잠겨 있는 모습이다. 사색적인 둥근 얼굴, 가늘고 길쭉한 신체, 그리고 가슴과 무릎에 박은 파란 옥이 고려 금속공예의 독창적 미의식을 보여주었다. 현재 평양 조선중앙역사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북한의 국보 번호는 어떻게 붙여질까. 주로 유물의 연대순으로 결정된다. 현재 북한의 국보 1호는 평양시 상원군 검은모루에서 출토된 구석기 시대의 뗀석기다. 석회암으로 만든 길이 20㎝의 도루로, 사냥을 하거나 구멍을 뚫는 찍개로 쓰였다. 국보 2호는 황해도 봉상군 지탑리에서 발굴된 신석기시대의 점선띄무늬 토기다. 참고로 2006년 3월 북한에 인도된 ‘북관대첩비’는 국보급 유적(193호)이다. 북한은 우리와 달리 같은 국보라도 유물과 유적을 구분하고 있다.

한서대 장경희 교수가 『평양 조선중앙력사박물관』(도서출판 예맥) 도록을 냈다. 우리의 국립중앙박물관에 해당하는 북한 중앙역사박물관에 소장된 주요 문화재를 해설했다. 평소 우리가 접할 수 없는 북한의 문화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2006년 6월 북한의 국보급 유물 90여 점이 한국에 전시된 적은 있으나 우리 학자가 중앙역사박물관 도록을 낸 것은 처음이다.

장 교수는 2년 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을 소개한 『국립중앙박물관』을 내기도 있다. 일종의 문화재 ‘남북통일’을 이룬 셈이다.

평양 김일성 광장에 자리 잡은 중앙역사박물관 소장품은 약 15만 점에 이른다. 유물은 3개층 19개 전시실에 시대순으로 진열돼 있다. 북한 주민들은 평생 대여섯 번 이 박물관을 관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교수는 2005년 남북공예교류전을 준비하면서 북한과 인연을 맺었다. 2년 전 북한국보 서울 전시를 계기로 이번 도록을 준비해왔다. 북한 측에 카메라·필름 등을 제공하며 새로 사진을 찍었고, 개별 유물에 대한 설명은 북한 전문가에게 감수를 받았다. 남한에 자료가 별로 남아있지 않는 고조선·낙랑·고구려·발해의 뛰어난 문화를 감상할 수 있다.

장 교수는 “우리 역사의 빈 공백을 메우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했으면 좋겠다”며 “북한에 있는 고려·조선 왕릉을 앞으로도 계속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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