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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외국인 IT 장학생 460명 캠퍼스 국제화 보물로 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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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경희대 홍충선 교수(맨 오른쪽)가 외국인 학생들과 인터넷망 관리에 대한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방주 기자]

경희대 전자정보학부 홍충선 교수는 지난해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네트워크 운영관리 국제학술대회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탔다. 홍 교수가 지도하고 있는 외국인 박사과정 학생인 무하마드 쇼아이브 시디큐와 세드 오베이드 아민과 함께 연구한 네트워크 관련 논문을 발표한 게 수상의 영광을 안겨줬다. 그의 연구실 석·박사 대학원생 24명 중 외국인은 12명.

그는 몇 년 전부터 정보통신연구진흥원(IITA)의 장학금을 받고 온 이들 외국인 유학생을 받아들여 연구력 강화와 연구실 국제화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세미나와 수업을 영어로 하는 것은 물론 국제적인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홍 교수는 “정부의 정보통신분야 외국인 대학원 장학생 유치 사업이 대학 연구 현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은 2003년부터 해외 IT 전문 인력을 장학금을 주며 유치해 왔다. 이 지원을 받고 국내 대학 석·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은 현재 338명이며, 졸업자는 122명이다. 석사과정에는 연간 1000만원, 박사과정에는 연간 1400만원을 준다. 외국인 장학생을 받고 있는 대학은 경희대 외에 KAIST·광주과기원·고려대·아주대·인하대 등 35개 교에 이른다. 학생들은 중국과 파키스탄·베트남 등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스페인·캐나다·프랑스 등 34개국에서 왔다. 이들은 세계의 정보통신 기술 테스트베드로 자리 잡은 한국을 배우러 온 것이다.

KAIST 정재승 교수는 2년 전 프랑스에서 온 라초우만 찰스(박사과정)를 지도하고 있다. 찰스는 5개 국어를 하며, 연구력도 뛰어나다는 게 정 교수의 평가다. 찰스는 우수 논문을 네 편이나 썼다. 그는 한국에 특별한 관심이 있어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으로 가지 않고 한국으로 온 케이스다.

중국인 유학생을 지도하고 있는 KAIST 박현욱 교수는 “한국 학생만 놓고 영어로 수업하려면 어색하지만 외국인 학생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자연스럽게 영어로 세미나와 수업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된다”고 말했다. 캠퍼스 국제화는 수업을 영어로 하는 것이 아닌 학생들의 분포가 국제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대부분 자국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는 인재들이다. 이들은 학위 과정을 마치면 자국으로 돌아가거나 한국의 기업에 자리를 잡는다.

경희대에서 박사학위를 하고 2년 전 파키스탄으로 돌아간 우마르 칼림은 파키스탄 최고 공대인 국립 과학기술대 교수가 됐다.

칼림 교수는 “국제간 인터넷 성능 평가를 하기 위해 한국과 공동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장학금으로 공부한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파키스탄으로 돌아간 뒤에도 후배들을 한국에 유학 보내기도 했다.

KAIST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중국인 지앙 산누는 2006년 10월 삼성전자에 연구원으로 취업했다. 그는 재학 중 교환학생으로 미국 UC어바인에 2개월 동안 다녀오기도 했다. 산누는 “한국의 우수한 학생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었고, 연구 시설이 좋아 연구와 학업에 전념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에서 터치폰 기술을 특허 출원하기도 했다.

경희대 전자정보학부 이승룡 교수는 “외국에서 대학까지 다 가르쳐 놓은 우수한 이공계 인재들을 유치해 우리의 두뇌로 활용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아주 중요하다”며 “호주나 캐나다 등과 같이 우리나라도 이민정책과 연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대학에 유학 온 외국인 학생들은 기혼자를 위한 숙소 마련, 자녀 교육, 의료 지원 등 외국인을 위한 인프라를 더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혼자들은 학교 기숙사 대신 주택을 임대하고 있으나 장학금만으로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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