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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가의 정통성은 MK" 현정은 회장 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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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20일 “현대가의 정통성은 (현대그룹이 아닌)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에게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7주기를 맞아 맏딸인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 등 계열사 임직원 200여 명과 함께 경기도 하남 창우리 선영을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현대 일가 주요 인사가 이런 문제에 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현 회장은 “최근 여러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현대가의 정통성은 정몽구 회장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8월 현 회장의 남편 고 정몽헌 회장의 5주기를 앞두고 분리 후 처음 그룹 브로셔를 발간할 계획이다. 이를 놓고 현대그룹이 정통성 홍보에 나선 게 아니냐는 보도가 있었는데 현 회장은 그런 추측을 부인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현대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에 대해서는 “반드시 인수하겠다”고 거듭 의욕을 내비쳤다.

‘현대가의 적통(嫡統)이 정몽구 회장’이라는 이번 발언에는 향후 현대건설 인수 과정에서 정 회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그의 도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현 회장의 기대가 담긴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를 둘러싸고 경영권 분쟁을 벌인 바 있는 KCC, 정몽준 의원이 대주주인 현대중공업도 현대건설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거론된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가의 장남인 정몽구 회장의 의중이 현대건설의 향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현 회장은 “현대건설 인수 자금이 부족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재무적 투자가들이 여럿 관심을 보여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현대차 그룹의 새 증권사 명칭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대차는 최근 신흥증권을 인수한 뒤 회사 이름을 ‘Hyundai IB증권’으로 바꾸기로 하자 현대증권을 계열사로 둔 현대그룹이 불편함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 회장은 “현대증권 문제는 정통성 문제와는 상관이 없다. 현대증권이 스스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호가 서로 혼동되지 않게 조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 회장은 대북 관광사업 이야기도 했다. 그는 “5월로 예정된 백두산 관광은 남북 간 항공협정 차질로 인해 미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안혜리 기자

현대건설 인수전=현대그룹의 뿌리 기업인 현대건설은 2000년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인 ‘왕자의 난’ 등으로 인해 자금난에 몰려 이듬해 채권단 손으로 넘어갔다. 한국산업은행(14.7%)·우리은행(14.4%)·외환은행(12.4%)이 대주주다. 정부·채권단은 10조원 안팎에 이를 현대건설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그룹·두산그룹 등이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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