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군 세系공격준비 배경-유엔에만 맡길순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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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보스니아 세르비아系가 13일 유엔군 인질 1백30명을 대거 석방,세르비아系와 서방측의 긴장은 가라앉고 있지만 보스니아 정부군이 세르비아系에 대한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어 보스니아 사태가 중대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알리야 이제트베고비치 보스니아 대통령이 세르비아系에 의한 사라예보 포위를 연말까지 풀겠다고 다짐한 직후 보스니아 회교정부군 수만명이 사라예보 북서쪽에 집결,일촉즉발의 긴장이 감돌고 있다. 이와 함께 크로아티아측도 세르비아系에 점령된 크라이나지역을 탈환하기 위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크로아티아-보스니아 정부군對 세르비아系의 대회전(大會戰)이 임박한 분위기다.
보스니아가 자체 무력으로 사라예보를「해방」시키기로 결정한 것은 그간 사태 해결의 기대를 걸어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 유엔등 국제사회를 더이상 믿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최근의 유엔군 인질사태는 서방에 대한 보스니아측의 기대를 무너뜨렸다.서방측이 아드리아海로 병력을 집결하고 신속대응군(RRF)을 이미 현지에 파견하기 시작했지만 이는 모두 유엔보호군(UNPROFOR)의 안전을 위한 것일뿐 자신들이 바라는 해결책인 세르비아系 응징과는 거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특히 기대를 걸었던 미국이 적극 개입은 커녕 자신들에 대한 무기금수조치해제에도 반대하는등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보스니아 지도부는 결국 자신의 힘밖에 믿을 것이 없다 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이다. 여기에다 더이상 견딜 수 없는 상황에 이른 사라예보의 극심한 식량및 생필품난도 이같은 결정을 부추겼다.38개월째 세르비아系에 포위돼 그간 세르비아系의 야만적 공격에 희생돼온 사라예보 시민들은 지난 수개월간 세르비아系가 유엔의 보급 을 차단한것은 물론 최근엔 전기.식수.가스까지 끊어 아사직전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병력면에서 우세한 보스니아지만 그간 유엔의 무기금수조치로 군비를 증강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아 화력에서 우세한 세르비아系에 대해 승산이 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대대적인 군비증강을 이룩한 크로아티아와 양면에서세르비아系를 공격한다면 상황은 다르다.이 때문에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 지도부간에 사전교감이 있었는지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
보스니아軍이 사라예보로 진격을 시작,보스니아 사태가 전면전으로 치닫더라도 현지 UNPROFOR나 이미 배치가 시작된 RRF는 자위(自衛)이외에 할 일이 없을 것이 분명하며,이 경우 유엔군의 철수가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劉載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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