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2인조 '할머니 살인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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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이웃이 살인마로 돌변하는 일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이웃 사이에서 착하고 좋은 할머니들로만 알려진 70대 여성 두 사람이 보험금을 노리고 노숙인 두 사람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미국 LA 타임즈가 19일(현지시간)보도했다.

끔찍한 범행은 70대를 훌쩍 넘긴 R(75)과 G(77)가 저질렀다. 이들에게는 ‘검은 미망인(black widows)’이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할머니 살인마’들은 범죄에 취약한 노숙인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은 ‘투자’차원에서 1997년 할리우드의 한 노숙자 보호소에서 만난 폴 베이도스(73)를 LA에 있는 자신들의 집으로 데려왔다. 그에게 쉴 곳과 먹거리를 주며 안심시켰다. 몰래 보험에도 들게 했다. 2년여의 세월이 지난 다음 이들은 1999년 교통사고로 위장해 베이도스를 살해했다. 케네스 맥네이빗(51)도 같은 방법으로 2005년 숨지게 했다. '할머니 살인마'들이 노숙인을 살해해 지금까지 타낸 보험금은 280만 달러(약 28억)에 달한다.

사건 담당 검사는 “이들은 2년이나 노숙인을 돌보는 척 하면서 보험금을 타낼 기회를 노려왔다”며 “욕심에 가득찬 노파들은 붙잡히는 순간까지도 더 많은 보험금을 타낼 궁리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범행은 피해 노숙인들의 다리에 별다른 상처가 없는 것을 수상히 여긴 경찰과 보험회사의 조사 끝에 드러났다. 교통사고로 숨진 경우 차와 충돌한 다리 부위에 상처가 생기는 법인데 피해자들의 몸에는 다리 상처 대신 복부에 타이어 자국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건이 이들 주변에서 재발했던 점도 고려됐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차에 '깔리기'전에 이미 할머니들의 손에 무참히 살해됐을 가능성도 조사 중이다. 검찰 측은 “두 사람은 모두 무죄를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에 붙잡힌 게 상대방 때문이라고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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