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도 … 일본식 불황 언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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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미국에 ‘일본식 장기불황’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17일 미국 경제잡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경기 후퇴로 10년간 회복하지 못했다”며 “그런 부분이 우리가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0년 중반에나 경기 회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발 미국의 경기 침체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중 한 명이다.

그는 “부동산시장 침체가 신용경색을 낳고 이는 다시 집값 하락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번 위기는 어쩌면 1990년대 금융위기와 2000년대 닷컴 위기를 한 데 합친 것보다 심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부동산 가격이 앞으로 더 많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그는 “집 값이 적정 수준에 이르려면 평균 25% 더 하락해야 하며, 거품이 심했던 마이애미와 로스앤젤레스 같은 지역에서는 40~5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의 말대로라면 미국 주택 가격은 앞으로도 6조~7조 달러가 더 떨어진다는 얘기다. 포춘은 이렇게 되면 주택담보대출 연계 증권의 손실액이 1조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월가는 손실액을 최대 4000억~5000억 달러로 추산해 왔다.

그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서 미국이 제로금리 시대를 맞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내려도 시장 금리는 내려가지 않고 있다”며 “결국 FRB는 계속해서 금리를 내릴 것이고 일본식 제로금리 정책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문제는 금리 인하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다. 그는 이날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금융기관의 연쇄 도산을 막기 위해 결국 미국 정부가 대규모 구제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JP모건이 베어스턴스를 매입했지만 그런 식으로는 앞으로 닥쳐올 더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 이라며 “정부 예산으로 파산한 금융기관을 사들여 되파는 회사(베드뱅크)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글=조민근 기자,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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