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건강] 잠자다 화장실 들락날락 … 혹시 전립선비대증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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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자는 것이 두렵다. 불면증 때문이 아니다. 소변이 마려워 밤중에 몇 차례 깨다 보니 수면 부족에 아내 보기에도 민망하다. 야간 빈뇨는 남성 노인에겐 가장 큰 고민거리다. 이 질환은 발생 빈도가 전체 남성의 34%나 될 정도로 흔하다.

나이가 들수록 증가해 70대가 되면 절반 이상이 밤에도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하는 야간 빈뇨를 경험할 정도다. 특히 밤중에 세 차례 이상 소변을 보는 경우도 16.5%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야간 빈뇨, 원인도 다양=노년의 삶을 힘겹게 하는 빈뇨의 가장 큰 원인은 전립선비대증이다. 원래 전립선은 젊은 시절 남성 구실을 위해 존재한다. 방광 아래쪽에서 요도를 감싸고 있는 밤톨 크기의 생식 부속 기관이다. 정자에 영양을 공급하고, 생식을 위해 달려가는 정자를 위해 양탄자를 깔아주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쓸모가 없어질 때쯤 되면 말썽을 피우기 시작한다는 것. 몸집을 키우면서 요도를 압박해 소변 줄기를 막는다. 오줌 줄기가 약해지고, 소변을 봐도 잔뇨감이 남는다.

문제는 잔뇨로 인해 소변이 자주 차오른다는 것이다. 강동성심병원 비뇨기과 김하영 교수는 “소변을 힘주어 자주 누다 보면 방광벽이 두꺼워지고, 예민해져 조금만 오줌이 차도 요의를 느끼는 과민성 방광이 된다”고 말했다. 낮에도 빈뇨가 있고, 소변 줄기가 가늘며, 한참 기다려야 소변이 나온다면 전립선 비대증을 의심할 수 있다.

소변을 억제하는 호르몬 변화도 야간 빈뇨의 주요 원인이다. 수면 중에는 소변 생성을 억제하는 호르몬이 나온다. 따라서 낮보다 소변량이 적어 화장실 가는 횟수가 줄어든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이러한 항이뇨 호르몬이 줄어 소변 생성이 많아진다.

이윤수비뇨기과 이윤수 원장은 “65세가 넘으면 항이뇨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면서 수면 중에도 낮과 같은 양의 소변이 만들어져 자주 요의를 느낀다”며 “이 경우 전립선비대증과는 달리 소변량이 많은 것이 특징”이라고 말한다.

이 밖에도 결석·당뇨·요붕증·심장질환 등 질병에 걸렸거나, 고혈압 환자에게 사용하는 이뇨제 같은 약물 복용, 잠자리에 들기 전 과도한 수분 섭취 등도 야간 빈뇨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원인에 따른 맞춤 치료=다뇨증은 하루 종일 배설하는 소변량이 몸무게 1㎏당 40 이상일 때 진단된다. 70㎏ 몸무게의 성인이 24시간에 2.5L 이상 소변을 보면 다뇨증으로 진단한다. 야간 빈뇨는 환자가 24시간 적은 배뇨일지(24시간 소변의 총량 계산)를 보고 판단한다. 8시간 잔다고 가정할 때 잠자는 동안 배설한 소변 총량이 하루 종일 본 소변량의 3분의 1 이상이면 야간 빈뇨에 속한다.

야간 빈뇨의 원인이 다양한 만큼 정확한 진단이 우선이다.

김하영 교수는 “우선 배뇨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 있는지를 검사하고,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물 마시는 습관, 약물 복용, 전립선비대증, 호르몬 등을 체크한다”고 말했다. 질환을 감별하고, 개인에 따른 맞춤 치료를 한다는 것.

자기 전에 과일 등 수분 섭취가 많은 사람은 치료가 쉽다. 취침 전 술·과일·카페인 음료 등 수분 섭취를 줄이는 습관을 만들어주면 되기 때문. 하지만 항이뇨 호르몬이 떨어져 있는 환자에겐 호르몬을 처방해야 한다.

가장 흔한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치료 경향도 많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전립선비대증만 치료했는데 이젠 과민성 방광염까지 함께 치료해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이윤수 원장은 “요즘엔 1회 복용만으로도 방광의 민감도를 떨어뜨리는 약이 많이 나와 있다”며 “요의를 느끼자마자 소변을 흘리는 사람도 약을 복용하면 정상인처럼 참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원인을 내버려두고 증상만을 치료하다 보면 재발이 잦고, 그 결과 우울증에 걸릴 수도 있다.

고혈압 때문에 이뇨제를 불가피하게 처방받는다면 복용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저녁에 먹는 이뇨제를 아침에 복용해 낮 동안에 약물이 모두 배설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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