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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교육이렇게달라진다>5.학교운영위원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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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전인교육의 현장」으로 소문난 충남 홍성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학부모들은 입학식.개교기념일.어버이날,그리고 교내축제인 풀무제때마다 별도 모임을 갖는다.
입학식 직후 첫 모임에서는 임원들이 학부모회(육성회)예산을 검토해 통과시키는데,이때 학생들의 자치모임인 학우회 각 부서의신청도 반영한다.임원들이 기숙사비 현실화,학생들의 가정형편에 따른 차등부담,식사내용 개선 등에 관해 조사.연 구해 제안하면학부모회가 최종 결정한다.
학부모들은 학생들에게 설문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학교와 협의해 수학수업이 너무 어려운 학생들이 방과후 교사에게 개인지도를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역할도 한다.학부모들은 이처럼 교육현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풀무농 업기술학교처럼「제구실」을 하는 경우는 결코 흔치 않다.이런 상황에서「5.31 교육개혁」이 제시한 학교운영위원회는 교육소비자들에게 적극적.민주적 참여의 길을 활짝 연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오랫동안 드센「치맛바람」에 시달려온 한국 교육사를 돌아볼 때 학교운영위가「치마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의 소리도 나온다.
『학교발전기금이나 기부금 조성,방과후 교육활동 실시여부와 비용 결정 등 주로 물질적 문제에 대한 의결권밖에 없다면 학교운영위도 종래의 육성회와 별다를 게 없습니다.그래서는 자칫 경제력있는 학부모들의 치맛바람만 부추기는 공식통로가 될 수 있지요.예.결산,선택교과및 특별활동프로그램 선정,학교규칙 제정 등에대해 의결기능까지 갖춰야 학교운영위가 본래 역할을 다할 수 있습니다.』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서울지부 구명희(具明姬)사무국장의 말이다.
학교운영위에 대한 여러가지 기대 속에는 방과후 활동의 다양화로 사교육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점도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예컨대 과외수요가 많은 국어.영어.수학 등 필수과목의 보충강좌를 열고 그 학교 교사나 외부강사를 초빙해 지도한 다면 별도 과외지도가 필요없게 된다는 것이다.
또 상당수 학생이 학원교육에 의존해온 컴퓨터.피아노 등의 프로그램들도 모두 교내로 끌어들임으로써 적은 비용으로 더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학부모들 역시 꽃꽂이.서예.요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한편 학교운영위를 통해 시작될 학교장 및 교사 초빙제도 교육현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시범적으로 도입될「학교장 초빙제」는 교육수요자 요구에 따라 학교경영의 질을 높일 수 있다.교사정원의 20% 범위안에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교사를 초빙할 수 있는「교사초빙제」역시 일선 교육현장에 자극제가 될 것이란 희망을 담고 있다.
그러나 교육계 일각에서는 학교장과 교사들의 직업 안정성을 뒤흔드는 처사라는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이처럼 만만찮은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가운데 오는 2학기부터 교육현장에 선보일 학교운영위 진로는「내 자녀」가 아닌「우리자녀」의 진짜 교육을 위한 양심과 노력 여부에 따라 탁트일 수도 파란만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金敬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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