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상>한국모델의 시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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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인도네시아가 항공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내걸었다.이 고도의 하이테크 분야에서 무엇으로 경쟁력을 살리느냐고 국제사회가 웃었다. 하지만 기술장관 하비비의 답변은 한마디,『한국을 보라』였다.비교우위를 정부가 창출하겠다는 시사다.「한국모델」이라는 말이 등장했다.찬양일변도가 아니고,하나의「문제」로 부각되고 있는상황이 마음에 걸린다.런던의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3 일자「한국특집」에서 한국경제를「프랑켄슈타인 경제」로 표현했다.한국경제에오늘의 성공을 가져온 그「한국모델」이 한국경제를 멸망의 길로 이끈다는 비유다.
한국경제는「박정희(朴正熙)대통령이 지은 집」이며 스스로를 멸망시킬「괴물」을 집안에 키워 놓았다.권위주의적이고 독단적인 국가지도자,재벌에의 경제력집중,폐쇄적이고 취약한 금융체계는 朴대통령이 한국경제에 남긴「유산」이며 한국경제는 지금 도 주체할 수 없는 이 프랑켄슈타인과 씨름중이라는 분석이다.
엔高의 반사적 이익과 기술 및 교육 등 물적.인적투자에 힘입어 성장가도를 질주중이지만 연구개발과 마케팅의「벽」을 넘어야 하고,금융산업의 효율은 부끄럽게도 세계 최하위권이다.
국내시장을 규제하며 수출에만 주력할 경우 만성적인 흑자기조에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다.그러나 지금의 일본이 당면한 똑같은 문제에 직면하고 만다는 예언이다.「한국모델」은 개발 초기단계에나 통하지 성숙단계에 갈수록 성장잠재력과 효율을 좀먹는다고 한다.로렌스 라우(스탠퍼드大)에 따르면 한국의 성장은 투입요소의86~1백%까지가 여타부문의 희생을 토대로 한 자원의 동원이었던 반면 옛 서독이나 프랑스는 67% 이상이 효율이었다.OECD가입의 장애 역시 이 프랑켄슈타 인이다.자본이동과 금융의 규제철폐를 요구하는 전제조건에 부대껴 정부의 가입의지마저 주춤해지고 있다.
규제해제에 따른 관료들의 권한축소가「국익」으로 미화되고 정치권에서는「포퓰리즘」이 판을 친다.외국인투자의 문호가 넓어지면서증권시장에 자본이 유입되기는커녕 다투어 빠져나가는 썰물현상도 주목을 요한다.기업실적과 주식의 내재가치에 대한 바깥의 불안을반영한다.「한국모델」의 시련이다.
〈本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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