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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부 합격 이렇게 뚫었다

중앙일보

입력

영어공교육 강화방침이 발표되면서 국제학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실제 국제학부에 입학한 학생들은 어떤 준비과정을 거쳤을까. 2008학년도 연세대와 이화여대 국제학부 신입생에게 서류준비법과 면접대비책 등 그들만의 진학노하우를 들어봤다. 이들은 모두 해외체류 경험자로, 각각 일반고와 외고를 졸업했다.

관심분야를 끝까지 물고 늘어져라
“국제학부 면접이라고 해서 국제관련 문제가 많이 나올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뜬금없이 낙태에 대한 것과 ‘나'와 '우리'의 관계를 묻는 문제가 나왔어요. 다양한 상식과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최우선인 것 같아요.”
구자연(19·연세대 언더우드국제학부 1)양은 “국제학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각종 활동을 통해 사고의 다양성을 키우고, 적극적·능동적인 사고방식을 정립해야 한다”며 “외국어를 배우는 것을 공부라고 생각지 말고,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배워나가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하라”고 강조했다.
구양은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1 때까지 6년간 부모님을 따라 네덜란드에서 살다 왔다. “국제학교를 다니며 1년 반 동안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과정을 들으면서 자연스레 귀가 트이고, 말문이 열렸다”는 그는 영어와 네덜란드어 외에도 일본어·스페인어·불어까지 능통하다. 특히 일본어와 스페인어 등은 국제학교에서 다른 나라 학생들과 생활하면서 독학을 통해 습득한 것. 구양은 “언어는 수줍음을 버리고, 무조건 많이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며 “모르는 단어·문장은 그때그때 물어보고, 남들이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스스럼없이, 꾸준히 사용했던 게 외국어 실력을 늘릴 수 있었던 주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네덜란드에 있는 동안 다양한 특별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경력을 만들어 나갔다. 모의UN에 3차례 참가했고, 자신이 다녔던 국제학교 홍보대사로 활동했다. 또 장애인올림픽 봉사단원으로, 2박3일간 스코틀랜드 가장 높은 산을 등반하는 챌린지 트립(Challenge Trip)에도 참가했다. “모의UN에 참가해 여러사람 앞에서 말하는 자신감을 키우고, 학생들과 토론하며 설득력을 키웠던 게 국제학부 면접에서 큰 도움이 됐다”며 “서류면접 때 자신이 했던 활동을 최대한 많이 적어낼 수 있게 미리 준비해 둬야 한다”는 게 후배들에 대한 구양의 조언이다.
고2 시절 한국에 돌아온 구양은 대원외고에 편입했다. 한국에 온 뒤 줄곧 영어시험을 보며 일찌감치 공인점수를 확보(IBT 116·텝스 929점)하는 등 자신의 강점을 살려나갔다. 국제변호사가 꿈인 그는 고3 4월 뒤늦게 국제학부로 마음을 정했다. 서류준비를 위해 일본어·스페인어 자격시험을 치렀고, 면접준비를 위해 리더십 아카데미에 다녔다. 구양은 “국제학부 면접 1개월 여 전부터는 집에서 면접 연습하는 모습을 비디오카메라로 찍은 뒤 부모님과 함께 말빠르기와 시선처리 등 고쳐야 할 부분을 세밀하게 점검했다”며 “남들을 따라하기보다는 언어면 언어, 특별활동이면 특별활동, 1~2개를 선택해 집중하는 게 국제학부 입시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으로 단점을 보완하라
정은하(20·이화여대 스크랜튼국제학부 1)양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서울시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갔다. 알파벳도 모른 채 입학한 뉴욕의 한 공립초등학교. 아시안이라는 사실과 영어를 못한다는 것 때문에 놀림을 받기 일쑤였다. 타국인을 위한 ESL프로그램을 들었지만, 영어는 어린 정양에게 좀처럼 쉽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영어정복을 위해 고안해낸 방법은 ‘동화책 번역'. 한국에서 가져간 시리즈 동화책 300여권을 2년동안 영어로 번역하는 연습을 했다. 모르는 단어는 한영사전을 찾기도 했고, 부모님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정양은 “동화책에는 그림이 많고, 어려운 단어가 적어 쉽게 번역할 수 있었다”며 “독서에 재미를 붙이고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4학년이 되자 말문이 트였고, 책을 많이 읽은 덕에 학교대표로 각종 토론대회에도 참가했다. 그는 “토론과정을 통해 주관을 확고히 정립할 수 있고, 내 목소리로 주장을 표현하니 말하기 능력도 향상됐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졸업식 때는 토론실력과 학생회 활동 등을 인정받아 대통령상까지 받았다.
한국에 돌아와 중학교를 다녔지만, 수학과 사회과목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정양. 중학교에 올라와 본 첫 시험성적은 반에서 7등. 이후 국어·사회교과서를 통째로 외웠고, 수학풀이과정도 이해 안 가는 부분은 반복암기했다. 결국 학급 2등까지 끌어올리며 대원외고의 문을 두드렸지만 결과는 낙방. 일반고(분당고)에 진학해서도 영어는 매번 만점을 받았다. 그러나 수학과 사회과목은 그의 아킬레스건으로 남았다. 결국 고2 중순(6월)에 국제학부로 마음을 정했다.
정양은 토플·토익·텝스를 한꺼번에 준비했다. 토플대란 때문에 대만까지 가 시험을 봤다. 영어공인점수가 웬만큼 나오자(IBT 116·토익 990·텝스 941점) 각종 영어시험(TOSEL 1급·IET 1급), 경시대회를 찾아다녔고, SAT(2020점)준비까지 함께 했다. 정양은 “국제학부 지원자 중에는 외고출신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일반고 출신의 경우에는 남들보다 뛰어난 무엇(?)이 있어야 한다”며 “국제학부에 관심이 있다면 영어 관련 각종 시험과 SAT 등을 치러 일찍이 공인점수를 확보해 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면접을 준비하면서는 국제학부를 지원하는 친구들 7명과 함께 모여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다. 또 사설을 포함, 정치·경제·사회면 위주로 하루에 신문 3개씩은 꼭 봤다. 특히 같은 내용을 다룬 한글신문과 영자신문을 비교하며 읽은 뒤, 하루 1시간씩 거울 앞에서 주요 시사이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는 시간을 반드시 가졌다. 그는 “면접에서는 어떤 내용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신문·뉴스 등을 통해 사회전반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편적인 사실만 익히지 말고, 작은 문제라도 깊숙이 파고들어 생각하는 습관을 키워라”고 조언했다.

프리미엄 최석호 기자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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