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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 임박한 SK와 소버린, 최회장 최대 쟁점

중앙일보

입력

SK㈜의 주주총회가 12일로 다가왔다. 이번 주총은 표대결 결과에 따라 SK그룹의 주인이 바뀔 수도 있어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SK㈜의 대주주인 유럽계 자산운용사 소버린과 SK측은 주총을 앞두고 소액주주들과 외국인투자자 등의 위임장을 얻기 위해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소버린은 최근 최태원 회장의 자질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고, SK텔레콤 지분 매각을 강력히 주장해 주총에서 최회장의 퇴진 문제 등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소버린은 10일 주주들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을 통해 "SK㈜의 성공적 개혁이 주주와 임직원 등을 포함해 한국경제의 장기적 발전에 도움이 된다"며 지원을 부탁했다. 소버린은 또 언론 등이 제기한 주식 매각 등의 의혹에 대해 "보유한 지분을 SK㈜에 매각하지 않겠다"며 소액주주들에게 한 표를 호소했다.

이같은 소버린의 공세에 맞서 SK측에선 경영진 뿐 아니라 노조측도 가세했다. 이날 SK그룹노동조합총연합은 "국내 3위의 대기업 집단인 SK그룹의 경영권을 2천억도 되지 않는 돈으로 침탈하려는 소버린의 만행에 실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며 "투기자본의 도발에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노조총연합은 이어 "소버린은 SK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를 중단하고, SK 경영진이 밝힌 기업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 노력에 적극 협력하라"고 촉구했다.

증권시장에 따르면 현재 최태원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은 26.21%(자사주 제외시 의결권 기준)이다. 소버린의 지분은 15.1%다. 다만 28%를 넘는 외국인 주주들의 상당수가 소버린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일반 법인과 기타 기관투자가의 지분이 20%다. 많은 국내 기관들은 SK 측을 지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10%에 달하는 소액주주 지분의 향배에 따라 우호 지분이 46%대인 SK측과 44% 대인 소버린측의 표대결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디지털뉴스센터]

다음은 소버린의 공개서한과 SK그룹노조총연합의 성명서 전문이다.

[SK주식회사 주주님께 드리는 공개서한]

친애하는 주주 여러분,

저희 크레스트증권이 SK주식회사에 처음 투자를 시작한 지 정확히 1년이 되어 갑니다. 그 사이 저희 모회사인 소버린자산운용에 대하여 수 많은 말들이 오갔고 수 많은 기사들이 게재된 것을 주주 여러분께서는 알고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실상 소버린에 대한 대부분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거나, 부정확한 사실에 근거해 왔습니다.

저희는 주주 여러분께서 이번 SK주식회사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바른 결정을 하실 수 있도록 몇 가지 주요한 사항을 명확하게 하고자 합니다.

저희는 이번 정기 주주총회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충분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SK주식회사의 개혁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개혁은 강력한 리더십과 인내심, 집중력과 고된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희는 SK주식회사의 성공적 개혁이 주주, 임직원, 협력업체 등 기업의 모든 이해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의 발전에도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저희는 저희가 보유한 지분을 SK주식회사에 매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일부 언론은 저희가 저희 지분을 자사주 혹은 그린메일 형태로 SK주식회사에 되 팔려 할 지 모른다는 기사를 게재하였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러한 사항을 검토한 적도 없거니와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회사 자금을 이용해 저희 주식을 특별히 우대하여 매입한다는 것은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이사의 의무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저희가 주장한 원칙에도 정면으로 위배되는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오는 12일 진행될 SK주식회사 주주총회와 관련하여 주주 여러분들이 염두에 두셔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SK주식회사는 투자자로서의 우리 주주들 모두에게 당연히 전달해 주어야 할 수익을 창출하는데 실패하였습니다.

둘째, 현재 SK주식회사의 이사회에는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인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셋째, 현재의 SK주식회사 이사회는 체계적이고도 일관되게 전체 주주의 이익보다는 특정 주주의 이익을 우선하고 있습니다.

넷째, 과거의 행태로 볼 때 현재의 SK주식회사 경영진이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변화를 수행해 나갈 수 있다고 믿을 수 없습니다.

소버린이 해 왔던 것은 이러한 문제의 제기를 통하여 여러분, 다시 말해 우리 주주들이 우리 주주의 투자에 대하여 우리 주주가 원하는 사항을 결정하고자 하는데 있습니다.

저희는 우리 주주들 모두가 이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명확한 선택에 직면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첫번째 선택은 투자에 대한 형편없는 수익을 감내하며, 위대한 잠재력을 가진 대한민국의 대표기업이 과거의 그림자 속에 퇴화되어 가는 것을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지켜보는 것입니다.

두번째 선택은 보유 주식을 팔고 떠나는 것입니다

세번째 선택은 주주들이 힘을 합쳐 이사회에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부당한 계열사 지원으로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함께 행동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세번째 방안을 선택하였으며 투표를 통하여 SK주식회사에 변화가 시급하게 필요하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입니다.

저희는 이 번 금요일의 주주총회를 SK주식회사와 한국의 개혁작업에 대한 국민투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추천한 독립적인 사외이사 후보들에 대하여 지지를 요청드리고, SK주식회사가 추천한 후보들에 대하여 반대해 주실 것을 주주 여러분께 요청드리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우리 주주들이 함께 힘을 합치면 아시아의 선도적 에너지 기업으로서의 SK주식회사가 가지고 있는 잠재적 능력을 충분히 발현시킬 수 있는 기업지배구조를 정립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오는 12일 여러분은 대한민국이 최고의 투자환경을 가진 국가라는 메시지를 세계시장에 알릴 기회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주주 여러분의 한 표 한 표가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여 주십시오.

주주 여러분의 지원을 부탁 드립니다.

크레스트증권 최고경영책임자 제임스 피터.

[SK그룹 노조총연합 성명서]

지난 50년간 수십만명의 조합원이 피와 땀으로 이룩한 SK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의 경영권을 헐값에 확보하여 자신들만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갈기갈기 조각 내어 단물만 빼어먹으려는 투기자본의 도발에 대해 우리 SK그룹노동조합총연합은 소속회사 조합원들의 고용안정과 기업이익의 투기자본에의 유출을 막기 위하여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끝까지 투쟁할 것임을 선언하는 바이다.

또한, 부정직한 말 바꾸기로 일관하고 있는 소버린의 실체에 대해 더 이상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SK의 기업가치를 향상시키려는 집단이 아닌 이익창출에 혈안이 된 투기자본으로 규정하는 바이며, 이러한 이유로 우리 SK그룹노동조합총연합은 산하 조합원들이 금번 주주총회에서 소버린의 제안에 반대하고 SK㈜ 현경영진들이 제안한 의안에 찬성할 수 있도록 적극 권유하기로 결의하면서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1. 소버린은 SK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를 중단하고, SK 경영진이 밝힌 기업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 노력에 적극 협력하라.

2. 정부는 국가기간 산업이 투기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국내기업 역차별 조항을 전면 개정하라.

3. 우리 노동조합은 투명경영에 대한 내부감시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며 이를 통해 SK가 우리 조합원은 물론 주주들의 권익까지 향상시키는 우량기업으로 재도약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 나갈 것임을 엄숙히 선언하는 바이다.

4. SK 경영진은 노동조합이 경영의 Partner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투명경영체제 구축과 조합원들의 고용안정 확보를 위해 노동조합과 합심하여 협력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

2004. 3. 10.

SK그룹노동조합총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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