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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나라의 상징 ‘달콤 산업’이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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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회사원 이명주(31·서울 서초동)씨는 한 달에 10만원 정도를 초콜릿과 디저트류에 쓴다. 초콜릿으로 만든 음료를 파는 ‘초콜릿 카페’에서 친구를 만나고 선물을 할 때는 수제 초콜릿을 예쁘게 포장해 건넨다. 한 달에 두세 번은 디저트 전문점을 찾아가 여러 가지 디저트를 맛보는 게 취미. “돈이 수월찮게 나가지만 기분이 풀리고 상쾌함을 느껴요. 나만을 위한 작은 사치라고 여깁니다.”

지난해 서울 한남동에 문을 연 디저트 전문점 ‘패션 파이브’. 건물 앞에 세워놓은 간판에는 ‘Life is short, eat dessert first(인생은 짧다. 디저트를 먼저 먹어라)’라고 적혀 있다. 매장에는 초콜릿·푸딩·케이크·과자·빵 등 디저트만 300~400종류가 진열돼 있다. 40여 석이 대개 차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일이 잦아 조만간 2층으로 매장을 넓힐 계획이다.

초콜릿과 디저트 같은 ‘달콤 산업’이 쑥쑥 큰다. 서울 명동과 신촌·압구정동 같은 젊음의 동네에는 초콜릿 카페, 도넛 전문점, 디저트 카페가 우후죽순 생겨난다. 왜 잘 팔리는 것일까.

우선 여유계층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초콜릿은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소비가 증가하는 고급 기호식품”이라고 설명했다.

식생활의 서구화, 서양 문화의 유입과도 관련이 깊다. 디저트의 주 소비층은 20, 30대다. 해외 여행과 유학, 외국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자연스레 구미의 디저트 문화와 친숙해졌다. 김 교수는 “해외 유학 경험자가 늘면서 ‘어린 시절 그 맛’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난다”고 해석했다.

달콤한 디저트는 비만의 주범이지만 초콜릿의 경우 웰빙과 건강 욕구가 확산되면서 소비량이 늘어나는 기현상도 빚어졌다. 몇 년 전부터 다크 초콜릿은 살이 덜 찌고 건강에도 좋다는 입소문이 번지면서 초콜릿 소비층이 남성과 중년층으로 확 넓어진 것.

‘달콤 산업’의 성장은 아시아의 공통 현상이다. 세계 최대의 초콜릿 업체인 바리 칼레보(Barry Callebaut)는 싱가포르에 이어 최근 중국 쑤저우에 공장을 세웠다. 중국의 초콜릿 수요가 폭발할 때를 대비한 것이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지는 “육포나 말린 과일처럼 짭짤한 디저트를 즐기던 중국인들의 입맛이 단맛에 길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초콜릿 소비는 연간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평균 증가율 2~3%를 훨씬 웃돈다.

부(富)가 늘면 초콜릿 소비량이 늘어난다는 통계도 있다. 영국의 시장조사업체 LMC에 따르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 달러 오를 때마다 코코아 소비가 연 0.8㎏ 증가한다. 1인당 GDP 1만 달러 나라의 평균 소비량은 1㎏이다. 미국과 유럽의 달콤산업이 경제가 급성장하는 중국과 인도에 눈독을 들이는 연유다. 중국·러시아 등 신흥 경제대국의 초콜릿 소비 증가로 초콜릿 원료가 품귀현상을 빚는 ‘카카오 대란’ 우려도 있다. 지난해 카카오 값은 2006년보다 30~40% 급등했다. 롯데제과의 안성근 과장은 “밀·콩과 마찬가지로 카카오도 구매난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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