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사태로본 PKO장래-지구촌분쟁 해결사 한계 재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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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보스니아 사태의 급속한 악화로 보스니아에 주둔중인 유엔평화유지군인 유엔보호군(UNPROFOR)에 대한 대책이 갈수록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유엔군이 세르비아系에 인질로 잡힌 이후PKO의 진로문제로 숙의를 거듭하고 있으나 진통만을 거듭하고 있다.원래 안보리가 설정해왔던 진로는 병력축소뿐 아니라 보다 안전한 지역으로 재배치하자는 것이었다.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사무총장이 제출키로 했던 보고서 요지도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공습을 기화로 유엔군이 세르비아系의 볼모신세가 되면서 하루아침에 예측불능의 상황으로 돌변했다.원래 안보리가 보스니아주둔 유엔군을 놓고 최근 6개월동안검토해 왔던 방안은▲현상유지▲임무강화▲완전철수▲ 규모감축및 재배치등으로 돼 있어,「병력의 증강」은 애당초 검토대상에서 제외됐었다.그러나「유엔군 인질」이라는 뜻밖의 변수 발생이 발표직전의 사무총장 보고서를 처음부터 다시 쓰게만들었다는 이야기다.
유엔의 손상된 체면을 방치할 수 없을뿐 아니라 이미 상당한 사상자를 낸 프랑스및 영국등의 강경입장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경우 안보리가 택할 유엔군의 진로는 오히려 공격용 무기사용을 포함한 확대지향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소말리아 망신」이후『더 큰 망신을 당하기 전에 보스니아에서 유엔평화유지군을 철수시키자는 이야기가 유엔 내부에서 강력히 제기돼 왔었다.소말리아 출병에 앞장섰던 부트로스 갈리사무총장은 PKO의 한계를 솔직히 인정,축소론으로 돌 아섰었다.유엔평화유지군이 결코 분쟁의 해결사가 아니라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과거 캄보디아를 비롯해 나미비아.남아공.모잠비크.엘살바도르에서 보인 유엔의 PKO역할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만 하다.
선거감시등 능력과 본분에 맞는 일에 충실했던 결과다.
[뉴욕=李璋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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