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送配電시설등 10億弗 추가요구-北美경수로협상 계속난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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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콸라룸푸르=李相逸특파원]북한은 30일 한국형 경수로와 경수로 설계.제작.시공에 있어 한국의 중심역할을 상당히 인정하는듯한 태도를 보인 반면 송배전시설등 약10억달러로 추산되는 경수로 부대시설 지원을 추가로 요구해 北-美 경수로 협 상이 거듭진통을 겪고 있다.
북한과 미국은 이날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북한대사관에서 準고위급회담 수석대표 회의를 가졌으나 북한이 이같은 무리한 요구를하는 바람에 회의는 45분만에 종결됐다.
美측 수석대표인 토머스 허바드 국무부 東亞太담당 부차관보는 회의후 발표한 논평에서『우리는 상대방 진의파악을 위해 만났으나의미있는 진전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회의에서 북한은『한국이 경수로 사업경비 대부분을 부담하기로 한 이상 미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기 어려우므로 한국형과 한국의중심역할을 수용하라』는 美측 설명에 일단 이해를 표시한 것으로알려졌다.
북한은 그러나 경수로 사업과 관련해▲송배전 시설지원▲기술훈련등을 위한 원전(原電)모의 작동장치인 시뮬레이터 설치▲핵연료 가공공장 건설▲터빈등 대형기기 하역이 가능한 특수접안시설을 갖춘 항만 및 운반 전용도로 건설등 10여가지 요구 사항을 새롭게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이같은 요구와 경수로 노형(爐型)문제를 사실상 연계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이에 대해 美측은 북한의 추가요구는 제네바합의 사항과 무관한 것들이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北-美양측은 31일에도 협상을 갖기로 했으나 북한이 한국형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다른 무리한 요구를 계속할 경우 협상은 난항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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