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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85) 서울 서대문을 열린우리당 박상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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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무엇보다 가식이 없어야 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줘야죠. 작금의 정치 문제는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빚어졌습니다.”

서울 서대문을 열린우리당 후보 경선에서 방송인 출신의 김방희씨를 누르고 본선에 진출한 박상철(45) 후보는 경선 승리에 대해 자신의 ‘과장되지 않고 가식적이지 않은 이미지’ 덕이었다고 설명했다.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박 후보는 현재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로 있다. 지난 2002년엔 현역 의원 79명과 민주당 새시대전략연구소를 만들어 소장을 지냈다. 이 때 정책 현안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정치 개혁안도 만들었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당시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의원이 후보단일화 협상을 벌일 땐 물밑에서 중재역을 했다. 그 후 노무현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지원단 총괄위원장을 맡아 참여정부의 탄생에 기여했다. 모교인 성균관대에서 헌법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학구파이기도 하다.

“제 전공이 ‘정당’입니다. 정당 공부를 열심히 했고, 정치 일선을 두루 섭렵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정당과 정치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지금까지 쌓은 전문 지식을 이제 현실 정치에 적극 적용해 보려고 합니다.”

▶박상철 후보는 새시대전략연구소장으로 있던 지난해 여름 참여정부 출범 후 한미관계를 내실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미관계협의회’ 서울 총회를 주관했다. 이 자리에서 두 나라의 참석 인사들은 상호 협력관계를 모색하는 한편 당면 현안 및 발전과제를 선정하고, 핵심 현안들을 다룰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뒷줄 왼쪽에서 둘째가 박 후보)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로 상아탑에 있던 그지만 막상 현실 정치에 들어와 괴리감을 느꼈다고 한다. 막상 총선 후보 자격으로 유권자들을 직접 접촉하면서 가장 힘든 게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진실을 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장에서 유권자들을 만나 보면 하시는 말씀들이 각양각색입니다. 그분들의 입장에 맞추기가 정말 쉽지 않더군요. 주변의 지인들은 이런 저에게 아직 교수티를 못벗었다고 합니다만….”

그동안 학계와 정치 무대에서 개혁의 중심에 있었다는 박 후보는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안정된 개혁’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엔 지금 1200여 개의 법률이 있습니다. 이 정부가 개혁을 성공시키고 국가를 새롭게 개조하려면 사실 남은 4년 안에 이 법들을 제대로 손질해야 돼요. 국가 예산이 서민들을 위해 쓰이도록 하기 위해서도 관련 법령들을 차근차근 고쳐가야 합니다.”

▶ 박 후보는 지역구인 서대문 지역을 교육 특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9개의 우수한 대학이 몰려 있는 데도 지역 주민들이 교육 문제로 옮기는 일이 많다”고 지적한 그는 “특목고 유치 등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한편 이곳 서대문을 중심으로 경기 서북부 지역을 교육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장승윤 월간중앙 기자

노무현 정부가 국정 운영과정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선 기존의 수직적인 리더십이 수평적 리더십으로 바뀌는 역사적인 전환기에 피할 수 없는 고통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남짓한 시점에서 여론조사 결과만 가지고 공과를 재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노 정부는 역대 정부들과는 다른 국정 운영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제껏 국민들이 체험하지 못한 수평적 리더십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시스템이죠. 이런 수평적 리더십의 의미와 가치를 기존의 수직적 리더십의 잣대로 판단해선 안 됩니다.”

그는 또 신체적으로 젊다고 다 개혁적인 건 아니라고 말했다. 정치인에겐 개혁 의지와 더불어 경험과 경륜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나이를 초월해 된장국 같은 정치인 열 명만 있으면 개혁이 가능합니다. 정치 개혁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예요. 썩을 대로 썩은 정치권을 갈아엎고 국가를 통째로 개조해야 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차떼기, 지역주의, 이기주의 등 정치 부패의 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이 수술을 기피하는 건 삶을 포기하는 겁니다. 지금 정치 개혁에 대한 온 국민의 열망은 이번 총선에서 기필코 결실을 봐야 합니다.”

그는 그러기 위해선 유권자들도 냉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후보자들에게 돈을 쓰면 떨어진다는 걸 일깨우고 부패의 대가가 얼마나 참담한 것인지 깨닫도록 해 줘야 한다고 강변했다. 박 후보는 한나라당 정두헌 후보, 민주당 안완길 후보와 경합을 벌인다. 그는 자신의 강점으로 ‘강한 추진력과 정확한 판단력’을 꼽았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있으면서 국민참여경선제 도입을 강력히 주창했고, 결국 도입이 됐습니다. 많은 반대가 있었지만, 국민의 힘을 믿고 시행한 결과 노무현 후보 당선의 기폭제가 됐죠. 이런 추진력과 판단력으로 국민 생활에 꼭 필요한 법,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 법을 만들겠습니다.“

김미정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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