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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84) 인천 남동을 한나라당 이원복 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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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개혁 하겠다고 지구당을 없애는 건 눈가리고 아웅 하는 겁니다. 저마다 개인 사무실을 내 편법과 불법이 극심해질 거예요. 축구에 비유하면 전국의 모든 축구팀을 해체하고 국가대표팀 하나만 남기는 격입니다. 저변이 무너지는데 축구가 발전할 수 있습니까?”

인천시 남동구을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한나라당 이원복(47) 후보는 “지구당 폐지 움직임은 여론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적 발상으로 제도정치권이 이에 합의한 것은 무책임한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개혁이 아니라 본말이 전도된 개악입니다. 무정부주의적인 사이비 개혁 세력에 정치권이 점령 당하고, 정당이 해체돼 가고 있어요. 지구당이 ‘돈 먹는 하마’라는데 운영하기 나름이고, 돈 정치와 돈 선거 문제는 선거 완전공영제로 가고 정당 회계에 대한 외부 감시 체제를 만들어 풀 수 있습니다.”

그는 “지구당은 주민들의 정치적인 ‘백’으로 민의 수렴 등 나름대로 순기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초 단위에서 정치적 메카 구실을 한다는 것. 지구당 운영 비용도 어떻게 꾸리느냐에 달렸는데, 자신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나라당 인천 남동을 지구당의 경우 단적으로 행사 비용의 85~90%를 회비로 충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중앙당입니다. ‘돈 사고’가 난 곳은 각 당의 중앙당인데 왜 지구당에 책임들을 전가합니까? 불투명한 재정 제도 등으로 재정 관리에 실패한 곳은 중앙당이에요. 중앙당을 점령하고 있는 지도부 세력들이 당의 권력을 독점한 데서 빚어진 문제들입니다. 말하자면, 중앙당 격인 대한축구협회가 전국에 나눠 줘야 할 기금의 70%를 쓰고 있는 식이죠. 중앙당이 반대로 30%를 써야죠. 중앙당은 연합 조직이 돼야 합니다.”

그는 “당의 권력은 인사권과 재정권에서 나오는데 인사권은 많이 분권화됐지만 재정권은 여전히 불투명한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시정하려면 재정을 표준화하는 한편 공시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당 재정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것. 예컨대 각 당이 국고 보조금의 70%를 지구당에 지원하도록 법제화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등원하면 지도부와 투쟁을 해서라도 이런 방향으로 당을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 이원복 후보는 연세대 신학과 출신이다. 역사·문명비평가나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그는 80년대 중반 전두환 정권과 맞닥뜨리면서 정치권에 빨려들어간다. "군사정권 시대를 마감해야 한다는 강렬한 염원에서 대학 4학년 때 전 정권과 맞선 신한민주당에 입당했고, 2·12 총선을 계기로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됐다"는 그는 그 후 김영삼 당시 통일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정책 담당 비서를 거쳐 13대 총선에 전국 최연소 후보로 출마한다. 사진=권태균 월간중앙 기자

“정당을 그야말로 획기적으로 바꾸는 게 정치 개혁의 요체입니다. 가야 할 방향은 정책 정당, 민주 정당, 과학적인 현대 정당이죠. 우선 예결산을 공시하는 등 비용과 인사의 투명성을 높여야 합니다. 그동안엔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몰랐고, 지구당위원장이 퇴출 당해도 그저 ‘대표에게 밉보였나 보지’ 하는 식이었죠. 당권을 쥔 세력이 당원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일거수일투족을 좌지우지했는데, 정당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런 관행부터 깨뜨려야 합니다.”

이 후보는 39세였던 1996년 신한국당 소속으로 15대 국회에 첫 등원했다. 15대 의원 시절 교육위의 한나라당(신한국당의 후신) 간사였던 그는 98년 한국유권자운동연합이 주관한 의정활동 평가에서 교육위 최우수 위원으로 뽑혔다. “당시 합리적인 정책 대안을 여러 건 제시했던 게 평가를 받은 것 같다”는 그는 고등학교 평준화·비평준화 문제에 대해선 “경쟁 체제로 가는 게 타당하지만 혼란을 막고, 각 학교가 비평준화로의 전환을 준비할 수 있도록 5년간 유예 기간을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권이 질풍노도의 ‘광풍’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단적으로 각 당 대표가 자신의 의지에 반해 지역구를 바꾸거나 비례대표로 옮기라는 압력에 직면하고 있는 것을 그 예로 들었다. 그는 “대통령도 법정 임기를 채우고, 당 대표도 임기가 1년이면 그 임기를 마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퓰리즘의 광풍을 당 지도부가 먼저 맞고 있는 거죠. 아니,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더러 네바다주로 가 출마하라는 게 말이 됩니까? 기존의 정치 시스템에 문제가 많지만 그렇다고 ‘광기’와도 같은 비이성적인 깃발주의에 휩쓸려서야 되겠어요? 기존의 정당 시스템에 문제가 많고 지도부의 권위가 실추됐지만 그렇더라도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17대 국회가 ‘여소야대’가 되든, ‘야소여대’가 되든 그는 청와대와 제1 야당이 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의 자세가 달라질 때 비로소 새로운 정치 지형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년 동안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우리 정치 사상 가장 격렬하게 대립했습니다. 정말 아쉬운 일이죠. 그러나 한나라당 안에도 협조적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서로 맞서 선뜻 결론이 안 나면 일정 기간 유보할 수도 있죠. 민주·반민주 구도로 대립하던 시절도 아닌데 여야가 대화로 못 풀 일이 뭐 있습니까?”

이필재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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