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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익은 앙상블 무대를 휘어잡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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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 연극 "떼도적"에 출연하는 네 배우는 "연륜있는 연기를 펼쳐보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신구.오영수.오순택.장민호씨.

"이윤택씨에게는 꼼짝 못하겠다. 흥미롭고 재미있으면서도 한국적인 연극이 될 것 같다."

국립극단 원로단원인 장민호(81)씨가 밝힌 3시간 30분짜리 연극 '떼도적' 출연 소감이다. 이윤택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1970년대 연극계를 주름잡았던 배우'로 표현한 신구(70)씨는 "지난해 초겨울에 출연 제의에 선뜻 응했지만 대본을 받고 보니 태산을 앞에 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헐리우드 영화 '007 시리즈'에 출연했던 오순택(73)씨가 옆에서 "차라리 '춘향전'의 방자 역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받았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오영수(60)씨는 "대학로 나가면 최고령인데 여기서는 막내"라고 푸념이다.

연륜 있는 배우들이 18세기 말 독일의 극작가인 쉴러의 대표작 '떼도적' 공연에 대거 출연한다. 쉴러 서거 200주년을 맞아 국립극단이 올해 첫 정기공연으로 29일부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리는 작품에서 연기 대결을 펼치는 것. 네 명의 평균 연령은 71세.

도적떼의 두목(신구)과 그의 못된 남동생(오순택)같은 역을 맡기에는 어쩐지 버거워 보이지만 이 감독은 무사태평이다. "1000석 넘어가는 대극장 공연에서 아무래도 객석을 휘어잡아본 경험이 많으신 분들이 낫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특유의 거침 없는 스타일로 연습실 분위기를 전쟁터처럼 '살벌하게' 몰고 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전수전 다 겪어낸 네 명에게 이번 공연이 부담스러운 이유는 워낙 스케일 큰 대작이기 때문이다. 5막 15장 전막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떼도적'은 또 6월 중순 독일 만하임 국립극장에서 여는 13회 '쉴러 국제 페스티벌' 폐막작으로도 선정됐다.

작품의 고향을 찾는 일은 이 감독에게도 떨리는 일이다. 이 감독은 "'자신 있냐'고 물어보면 '자신 없다'고 대답한다. 200년 전 독일 연극의 미학과 한국의 전통 공연 미학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는지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개량 한복 같은 느낌의 의상에 해금.가야금 등 전통 악기 연주는 그런 고민의 산물이다.

이 감독은 "무엇보다 끊임없이 웃음을 유발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만5000~5만원. 02-2280-4115~6.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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