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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체 영토전쟁 ‘뜨거운 대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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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동아백화점의 주 사업장인 중구 덕산동의 쇼핑점 전경<左>. 대구백화점의 주 매장인 중구 대봉동의 프라자점 모습<右>.

대구가 유통업체의 각축장으로 변하고 있다. 서울지역 백화점과 명품 아웃렛이 잇따라 대구 진출을 결정해서다.

1997년 홈플러스 대구점이 문을 연 이후 대형 할인점이 잇따라 들어서 치열하게 경쟁하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지역 유통업체는 “서울의 대기업이 진출하면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연이은 백화점·명품점 진출=현대백화점은 중구 계산동 동아백화점 쇼핑점 서쪽 1만3200여㎡에 지하 6층, 지상 8층짜리 백화점을 짓기로 했다. 대구시와 유통업계는 현대백화점 측이 필요한 땅을 대부분 사들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구체적인 백화점 운영 방안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올 하반기 착공해 2010년 말께 문을 열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의 대구 진출설도 파다하다. 유통업계는 지난해 7월 교통영향평가를 받은 수성구 범어동의 한 주상복합건물에 신세계백화점이 입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건물의 시행업체는 주상복합건물의 판매시설 2만9300여㎡를 백화점 용도로 명시해 교통영향평가를 받았다. 신세계 관계자는 “대구에 ‘진출한다’ ‘안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밝혀 여지를 남겼다.

명품 할인매장인 ‘롯데 프리미엄 아웃렛’도 등장한다. 롯데쇼핑은 지난달 1일 동구 봉무동의 신도시인 이시아폴리스 중앙 상업지구에 대형 명품 아웃렛을 짓는다. 2층짜리 건물 3만9600㎡에 국내외 명품 브랜드 120여 개가 입점한다. 올 9월 착공해 2010년 문을 열 예정이다.

◇왜 대구인가=서울의 백화점 등 유통업체가 대구의 시장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는 게 지역 유통업계의 분석이다. 유독 대구에만 있는 대구·동아 백화점 등 지역 연고 백화점을 공략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부산·대전·광주 등 지방 대도시의 향토 백화점은 서울 지역 백화점에 밀려 모두 문을 닫았다.

고가의 명품을 소비할 수 있는 층이 두텁다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오페라·뮤지컬, 클래식 공연 등을 즐기는 층의 상당수가 명품 소비층이라는 것이다.

쇼핑객 가운데 울산·구미·포항·김천 등 대구 주변 도시 사람도 적지 않아 대구를 영남권의 쇼핑 허브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라는 견해도 있다.

고객들은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여러 백화점이 경쟁하면 서비스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구발전연구회의 변병하 사무국장은 “지역 자금을 외부로 유출하는 서울의 대형 백화점 진출에 반대한다”며 “대구시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유통업계는 2007년 대구지역 백화점의 전체 매출액 1조2000여억원 중 40%를, 대형 할인점의 매출액 1조4000여억원 가운데 90% 이상을 외지 업체가 차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동혁 대구시 경제정책팀장은 “대형 할인점과 달리 백화점의 진출은 막기 어렵다”며 “대구에 진출하는 백화점을 현지 법인 형태로 전환토록 하는 등 지역에 기여하는 방안을 마련토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백화점과 동아백화점은 서울지역 백화점과 경쟁하기 위해 명품 브랜드의 종류를 늘리고 쇼핑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백화점을 리모델링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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