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전망>證安기금 개입해도 힘 못쓸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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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증시안정기금이란 구원투수는 과연 이번주에 등판하게 될까.등판한다면 주식시장의 판세 역전이 가능할까.결론부터 말하면 집단투매 같은 최악의 사태가 빚어지지 않는한 구원투수 기용은 기대하기 어렵다.오히려 채권을 팔아 주식 매수자금을 마 련하는「시위」효과로 위기상황 진정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당국자들 사이에『증안기금은 마지막 카드다.최대한 버텨야 한다』는 내부합의가 있었다는 얘기도 들린다.어차피 선거를 의식한 수단임이 공공연해진 바에야 6월27일의 선거까지는 한달 이상의 시간이 남아있다는 문제도 고려대상이 되고 있다.
주가폭락 사태가 나타난다면 구원투수 등판을 충분히 예상할수 있다.일부에선 직접적인 매수 효과 외에 심리적인 안정효과로 장세전환의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그러나 제한적인 반등은 시도될수 있으나 장세 기조전 환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란 비관론도 만만찮다.
수급구조가 취약하다는 점이 1차적으로 꼽힌다.월말 자금수요가적지 않은데다 이번주엔 유상증자 납입금액만 1천3백18억원이 기다리고 있다.이달말부터 6월말까지는 증자와 기업공개등 무려 1조원의 공급물량이 대기하고 있어 단기적인 공급 규모는 피크를이루고 있다.
신용융자 만기매물도 5월말에 몰려있다.지난 4월 깡통계좌가 속출하자 대형 증권사들이 신용자금 상환시한을 한달간 연장했으나이달말이 데드라인이다.실제로 최근들어 거래가뭄이 극심해지면서 2백~3백주의 매물로 하한가를 만들어내는 종목이 눈에 띄게 늘고 있어 악성매물에 의한 주가급락도 배제할 수 없다.
고객예탁금 정체로 일반투자자의 형편이 어렵다면 기관들이라도 매수여력이 있어야 하나 투신.은행.증권사등은 주가가 연중최저치를 경신하는 시점에서도 매도우위를 보이기 일쑤다.자금사정 때문이다. 이달초 매수우위를 보이던 외국인들도 매도우위를 보이고 있다.7월1일의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확대를 준비하는 측면도 없지 않으나 이런 취약한 수급상태를 고려한 투자전략으로도 비쳐지고 있다.
시장내부적으로는 극심한 거래부진으로 환금성마저 위협받는 종목이 수두룩하다.경기양극화로 한계기업의 자금악화설도 끊이지 않는다.경기상승기엔 주가가 내렸다는 것만큼 큰 호재가 없지만 경기라는 재료는 수급문제에 억눌려 전혀 맥을 못추는 상황이다.수요문제를 고려치 않은 무분별한 증자정책,정부주식 매각등으로 주식시장이 구조적인 한계상황에 봉착했다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점을 들어 증권전문가들은 증안기금이 시장에 개입하더라도투자자들이 신중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시장 내부체력이 다져지는데는 더 시간이 필요하므로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증안기금을통한 장세 기조전환은 무리일뿐 아니라 주식시장 붕괴를 막는 것만으로도 구원투수의 역할이 충분할 것으로 보고있다.
〈許政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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