舊유고 주둔 평화유지군 철군 여부놓고 딜레마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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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옛 유고에 주둔하고 있는 3만7천여명의 유엔평화유지군이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내전 당사자들이 평화에 뜻이 없으며 오히려 유엔군이 공격목표가 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철군해야 마땅하지만 유엔군 철수후의 사태 악화 가능성을 고려하면 섣불리 발을 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옛 유고 지역에 처음 주둔을 시작한 지난 92년이래 유엔평화유지군은 지금까지 모두 1백62명이 숨지고 1천4백20명이 부상하는 인명피해를 보았다.
최근 들어 내전이 다시 격화되면서 프랑스군 소속 유엔군 2명이 포격으로 숨졌고 다른 유엔군 병사 4명이 부상하는등 수난은계속되고 있다.게다가 연간 10억달러에 달하는 예산도 큰 부담이며 세르비아系의 방해로 식량과 구호물자 수송등 정상적 임무수행이 크게 지장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유엔이 설정한 안전지대에 공격을가하는 세르비아系에 대한 공습 허가를 유엔에 계속 요청하고 있다.단 한명의 병력도 파견하지 않고 있는 미국의 윌리엄 페리 국방장관도 지난 19일 유엔에 같은 요구를 했다 .그러나 세르비아系의 보복공격을 우려하는 유엔은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가장 많은 병력을 파견하고 있는 프랑스와 영국의 철군 위협을무시할 수 없는 입장인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유엔사무총장은 철수쪽으로 방향을 정한 듯하다.
그러나 유엔군 병력과 장비를 무사히 빼내기 위해서는 최소 2만명의 추가 병력파견이 불가피하다.
NATO는 이미 지난해부터 철군에 대비해 무려 2천쪽 분량의철수작전까지 수립,도상훈련까지 마친 상태다.NATO는 유엔군 철수문제가 본격화하자 지난 19일 각회원국에 대해 동원 가능병력을 파악하고,출동병력에 대한 훈련준비 지시까지 하달하는 등 철수를 기정사실로 한 준비태세에 들어갔다.
최종 철수 여부는 유엔 안보리의 결정에 달려 있다.하지만 분쟁당사자간 휴전협정 체결이나 내전종결 전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상황에서 성급히 철군할 경우 내전이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치닫게 되는 「최악의 가능성」을 안보리로서는 우려 하지 않을 수없다.따라서 완전 철군보다 위험에 가장 심각하게 노출된 병력부터 줄여나가는 단계별 감축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베를린=韓敬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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