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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 “한 달째 놀고 있어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지난달 29일 공식 출범한 교육과학기술부가 파행적 인사로 사실상 업무정지됐다. 김도연 장관·우형식 1차관이 임명된 이후 일주일이 넘었지만 1급과 국장 등 고위직 발령을 내지 못하고 있다. 대신 7일 과장급 인사 발령을 먼저 냈다. 과장들은 발령을 받았지만 상급자도, 함께 일할 부하직원도 없는 상태다.

휴일인 9일 출근한 K과장은 “사무실 위치는 정해졌는데 같이 일할 상·하·동료 직원이 누구인지 모르겠다”며 “지난달 5일 김신일 부총리가 퇴임한 이후 한 달 이상 그냥 놀고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인사가 늦어진 가장 큰 이유는 청와대가 검증 작업을 진행 중인 1급 공무원 인사가 지체된 탓이다. 지체 이유는 옛 교육부 출신들이 가게 되는 1급 자리 네 곳(기획조정처장,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 학술연구정책실장)을 놓고 청와대와 교육부 사이에 이견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과학기술부 고위 관계자는 “과거 정부에서 1급에 오른 행시 20~22기 세 명 중 두 명을 서울시 부교육감과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해 조직 안정을 꾀하려는 의견과 이번 기회에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려 1급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시교육청 부교육감 자리에 학교 출신 전문직(장학관)을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교육부 공무원의 시·도교육청 순환 배치를 차단하는 원칙을 밝혔었기 때문이다.

인사가 지연되면서 사무실 재배치도 늦어지고 있다. 옛 교육부 출신 직원들은 앉아 있을 사무실도 마땅치 않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16층 회의실에서 임시로 기거하고 있다. 11, 12일께 과학기술부 직원들이 경기도 정부 과천청사에서 세종로로 이사를 한 이후 새로운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7일 이후엔 교육과학기술부 대표 전화를 제외하고 각 과로 연결되는 전화가 끊겼다. 교육과학기술부의 한 직원은 “하루빨리 어수선한 상황이 정리되고 조직이 안정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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