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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분석>5.서울시장후보 부인에게 들어본다-鄭基鎬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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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박찬종후보가)9,10대 국회의원에 출마할 당시만 해도 저는 정치하는 것을 만류하는 입장이었습니다.그러나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는 것을 보고 저도 있는 힘을 다해열심히 도우려 합니다.』 무소속으로 서울시장 후보에 출마한 박찬종(朴燦鍾.57)후보 부인 정기호(鄭基鎬.57)여사는 『이번출마얘기를 듣고 돈없이 하는 선거에 또 얼마나 고생을 해야 할까 하는 걱정부터 앞선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입을 열었다.
작은 키에 깡마른 체격이라 특별히 운동을 하나 싶었는데 『남편의 정치생활 이후 살 찔날이 없었다』는 대답이다.먼 발치에서보았던 잘생긴 얼굴과는 달리 거칠어진 손과 잔주름이 그동안의 역정을 대변해 주는듯 했다.
오전4~5시만 되면 격려성전화.충고전화.민원전화 등 걸려오는각종 전화받는 일로 朴후보집의 하루는 시작된다.출마공표 이후도그전과 마찬가지로 재빨리 살림을 끝낸 뒤 지역구 민원현장을 가보거나 모임에 참석하며 주위 사람을 통해 여론 수집하는 일 등이 鄭여사의 남편 돕기.그러나 20여년이 넘는 정치인의 아내치고 아직은 프로(?)답지 못해 쑥스러워 하기도 한다는게 주위의평. 아직은 여자가 매스컴에 나서는게 좋아보이지 않는다며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할 정도로 조용한 성품의 鄭여사였지만 朴후보가다른 두 후보에 비해 행정경험이 없지않느냐는 질문엔 약간 목청을 높인다.
『소신없이 쌓은 행정경험보다 시민을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눈치보지 않고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더 적격자』라고.
鄭여사가 朴후보와 결혼한 때는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한 62년 봄.고교시절 경기여고와 경기고 학생들이 함께한 YWCA 모임에서 처음 만난 뒤 친한 친구로 지내다 朴후보의 끈질긴 구혼끝에 결혼했다.당시 鄭여사는 KBS 영어아나운서, 모일간지 신문기자 등의 필기시험에 합격했으나 朴후보가 결혼을 위해 신문사등을 찾아다니며 불합격을 호소했었다고 귀띔하는 鄭여사는 『여성도 가능한 사회생활을 하는게 좋다』는 생각을 내비친다.
지난 대선이후 유일한 재산이던 집마저 날아가 요즘은 朴후보의서울상대 동창들이 마련해준 집에서 시어머니(鄭鉉綏.82세)를 모시고 살고 있는데 그나마 1남2녀의 자녀들이 전부 출가해 다행이라고.시어머니로부터 『아들대신 출마하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매사에 빈틈없고 착한 며느리로 인정받고 있다.
자신은 그냥 평범한 사람의 아내로서 조용히 신앙생활(가톨릭)과 봉사활동을 하며 살고 싶었다는 鄭여사는 80년 고대앞 사건과 변호사직 박탈,삭발과 대선출마등 고난의 시기에 쓰던 일기와글들을 모아 책을 낼 계획.
워낙은 선거후 펴내려고 했으나 주위의 등쌀에 못이겨 곧 출간될 것 같다며 부끄러워한다.
〈文敬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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