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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ter] 국회의원이 진짜 좋은 이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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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국회의원 공천 문제가 핫이슈입니다. 정가뿐 아니라 국민적 관심사가 됐습니다. 그래서 민주당 공천 파문의 핵인 ‘공포의 외인구단’ 멤버 가운데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을 인터뷰했습니다.

공천이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정치문화를 바꿀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 지망생들이 올인하는 것도 공천이 결정적인 길목이기 때문이죠.
그러면 국회의원이 얼마나 좋기에 이렇게 북새통 난장일까요.

대강 짐작들 하시겠지만 국회의원은 부·권력·명예라는 인간의 3대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켜주는 희귀한 자리입니다. 먼저 부(富). 가장 기본적인 연봉이 1억원 넘습니다. 이 밖에 보이지 않는 돈, 쓸 수 있는 돈은 훨씬 많습니다. 모두 9명의 직원을 고용해 국고로 급여를 줄 수 있습니다.

고위 공직에 해당되는 4급 2명 외에 5·6·7·9급 1명씩, 인턴 2명, 그리고 올 18대 국회부터는 8급 1명이 더 추가됩니다.
사무실은 물론 전기·통신비와 차량 유지비 등 각종 잡비, 그리고 세미나를 개최할 경우 연 2000만원까지 국고 지원을 받습니다. 후원회비를 합법적으로 모을 수 있습니다. 로비를 위해 몰려드는 일부 어두운 돈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권력은 더욱 크죠. 입법활동에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거의 무제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총리 이하 모든 공무원을 불러 꾸짖을 수 있고, 대통령까지 탄핵소추할 수 있습니다.

여당일 경우 본인이 총리나 장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인의 최종 희망인 ‘대권’에 한 발짝 다가섰다는 성취감도 중요합니다. 명예는 ‘장관급 예우’로 요약됩니다. 어딜 가든 장관 대우를 받습니다.

개인적으로 국회의원이 진짜 좋은 직업인 이유는 ‘무책임’ 아닐까 싶습니다. 개개인이 무책임한 인간이란 얘기가 아니라 ‘누리는 권한에 비해 책임질 일이 거의 없는 자리’라는 뜻입니다.

국회의원은 자유로운 입법활동이란 명목 하에 각종 면책특권을 누립니다. 정책개발이나 입법활동을 해야 맞지만 이를 상시적으로 감시하거나 독촉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회기 중 발언의 자유는 거의 무제한입니다. 부정확한 주장이나 합리적이지 못한 정책을 주장해도 이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을 질 일은 거의 없습니다.

국회나 당 윤리위원회는 솜방망이죠. NGO의 감시가 있지만 구속력은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국회의원들이 책임을 추궁당하는 일은 4년에 한 번 선거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나마 유권자는 후보 개인의 정책이나 의정활동보다 당을 보고 찍는 경향이 강해 ‘국민의 심판’이란 말이 무색합니다. 그래서 후보를 골라내는 각 당의 공천 과정이 더 중요해집니다. 민주당의 공천을 혁명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오병상 Chief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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