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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해는뜨고 해는지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제2부 불타는 땅 새들은 돌아오지 않았다(21)허공을 날던 돌이 멎었다.양쪽은 돌이 날아오지 못할 정도의 거리를 사이에 두고 헐떡이는 숨을 가누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덕호가 앞으로 나서면서 소리쳤다.
『사람을 친 건 너희들이 먼저다.우린 끝까지 싸운다.데리고 간 사람들을 풀어줄 때까진 우린 절대 물러서지 않아.』 와 하는 함성과 함께,죽여라 하는 고함소리가 뒤섞이며 튀어나왔다.곡괭이 하나가 원을 그리면서 마치 커다란 독수리가 날개를 휘젓듯이 허공을 날아 일본인들 쪽에 가 떨어졌다.다시 와아 함성이 일었다. 그 사이,몰려선 징용공들은 소곤거리며 옆사람에게 말을전했다. 『일제히 돌을 던지고 나서,뒤로 빠진다.』 『반으로 나눠서,앞에서는 던지고 뒤에서는 뛰는 거야.그 다음에는 바꿔서하고.』 『돌아가면서,아파트를 다 부수며 가는 거야.』 갑자기우르르 일본인들 쪽을 향해 나아가면서 돌이 날았다.그리고 뒤쪽에서는 몸을 돌려 골목길로 뛰기 시작했다.이어서 앞으로 나아갔던 사람들이 뒤로 빠지면서 뒤에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던진 돌이 주춤주춤 앞으로 나오는 일본인들 쪽 으로 새카맣게 날아가떨어졌다.
닥치는 대로 던져댄 돌에 일본인들 아파트 유리창이 부서져나갔다.몇 명은 아파트로 뛰어올라가 곡괭이로 문짝을 찍어내기도 했다.우르르 일본인들이 몰려오면서 좁은 아파트 골목을 뒤덮으며 새카맣게 돌이 날았다.
밀고 밀리는 돌싸움이 두 번 이어지고 났을 때,해가 기울기 시작했다.식당에서 만들어온 주먹밥으로 늦은 점심을 넘기고 났을때 조씨가 동필이와 덕호를 뒤꼍으로 불렀다.목조건물 벽에 등을붙이고 서서 그가 말했다.
『젖먹은 밸까지 뒤집힐 일이군.우리는 저 새끼들이 하는 일을캄캄히 모르는데.저것들은 우리 하는 걸 손바닥보듯 알고 있다는거 아냐?』 덕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길은… 방파제를 따라 뒤로 도는 거밖에 없어.』 『거길 지키다가 잡아오는 수 밖에 없겠군.이건 한놈이 아냐.몇이서 계속우리 일을 저쪽에 알리고 있어.그놈부터 잡아들여야 해.』 조씨가 부드득 이를 갈았다.
『밀정놈 새끼.잡혀만 봐라,껍질을 벗겨버릴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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