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11.철학적 논쟁-논술엔 쟁점이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논술은 주로 「논쟁적 형식」으로 출제된다고 설명했다.그러면 「논쟁적 형식」이 어떤 식으로 출제된다는 것일까.지난해 某대학의 논술문제 『쓰레기 문제에 대한 총체적 해결책을 쓰라』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자.
위의 논제는 분명히 논술문제로 적합한 것은 아니다.오히려 주관식 문제에 가깝다.그 이유는 이 문제에는 쓰레기 문제해결 정책에 대한 지식을 요구한 것일 뿐 논점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이 소재를 논술의 논제로 출제한다면 『환경문 제가 과연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해결될 수 있는 것인가를 쓰레기 처리 문제를 예로 들어 논술하시오』라는 식의 「논쟁적 형태」가 될 수 있다.
92년 리우 환경회의에서는 환경문제가 단순히 환경공학적 차원에서만 해결될 수 없으며 환경파괴를 강요하는 남-북관계를 포함한 불평등한 사회관계,나아가 인간관.자연관이 변화될 때에만 이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현재 환경문 제를 바라보는관점은 이 세 요소 중에 어떤 것을 결정적인 것으로 보느냐에 따라 기술결정론.환경론.생태론으로 입장이 나누어지고 있다.
이 세 입장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해 논제에 답하느냐는 점수에영향을 미치지 않는다.평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얼마만큼 정당한 근거를 갖고 자신의 주장을 개진하고 다른 입장을 비판할 수 있느냐다.이러한 근거들은 이 입장 사이 의 논쟁이 소개된 환경문제 관련 입문서나 교양서에 잘 나와있는 내용들이다.
최근 발표한 각 대학 본고사 입시요강을 보면 과목수가 축소되면서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 과목이 제외되는 경향을 알 수 있다.따라서 논술논제는 특정분야의 소재를 출제하기 보다는 인문사회과학 혹은 자연과학 일반을 관통하는 주제들이 출제 될 가능성이많다. 그런만큼 프랑스 바칼로레아에서 출제되는 것과 같은 철학적 논쟁들이 논술의 논제로 출제될 가능성이 많다.시사적인 문제도 일정한 추상을 통한 철학적 논제로 출제될 것이다.위에서 예로 든 환경문제를 둘러싼 세가지 입장 사이의 논쟁이 바 로 그대표적인 경우다.
〈다음 회에는 「논점을 벗어나지 말라」를 싣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