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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李 전총재 계속 조사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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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은 8일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에 대한 조사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총선 이후에나 이들에 대한 조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만 했다.

安부장은 "盧대통령이 불법 자금 모금에 직접 관여한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 있는지를 밝히기 위해선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며 여운을 남겼다.

현 상황에선 盧대통령에 대한 조사의 필요성이 없지만, 수사 진척 상황에 따라 조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盧대통령을 조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을 경우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安부장은 李전총재와 관련해서는 "조사할 필요성이 있는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는 "정치적 영향을 고려해 총선 이후에나 조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盧대통령에 비해 李전총재를 조사할 가능성이 클 것 같다.

검찰 조사 결과 서정우 변호사가 받은 삼성 채권 중 일부가 李전총재 측근들이 사용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다 지난해 1월 李전총재가 미국으로 떠날 때 徐변호사가 자금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3억원을 줬다는 진술이 나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총선이 끝난 뒤 이들에 대한 검찰 조사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현직 대통령을 단순히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조사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李전총재에 대한 조사도 간단치만은 않다. 徐변호사가 李전총재에게 돈을 준 것이 사실이더라도 李전총재의 범죄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니기 때문이다. 徐변호사는 "李전총재에게 3억원을 준 것은 맞지만 불법자금과는 상관없는 돈" 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李전총재만 조사할 경우 수사의 형평성을 지적하는 야당의 반발이 클 것으로 보인다.

총선 뒤 검찰 인사도 변수다. 중수부장이 교체될 경우 安부장과는 다른 판단을 할 여지도 있다. 이 때문에 安부장의 이날 발언은 盧대통령과 李전총재에 대한 수사를 더 이상 확대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수사(修辭)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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