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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치과 … 외국인 의료관광 2년 새 20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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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강원경(50) 이더메이 성형외과 원장은 2월 초 자신의 병원에서 필리핀 환자 E씨(30)와 마주 앉았다. E씨는 “여권사진과 외모가 달라져 귀국할 때 입국이 거부될까 걱정된다”고 농담을 던졌다. 필리핀에 거주하는 E씨가 코수술을 하기 위해 이 병원을 처음 찾은 것은 지난해 12월이었다. 이더메이 성형외과가 지난해 11월 필리핀에서 열린 국제의료관광회에 참가해 병원을 홍보한 내용을 전해 듣고 비행기를 타고 찾아온 것이었다. E씨는 2월 다섯 번째 방문을 끝으로 치료를 마쳤다.

2년 전만 해도 이 병원을 찾은 외국인은 1년에 10여 명에 불과했다. 강 원장은 해외 환자 유치에 주력했다. 해외에 나가 병원을 소개하고 중국어 전문가도 영입했다. 병원 이름을 강원경 성형외과에서 이더메이(醫得美) 성형외과로 바꿨다. 이더메이란 ‘의학을 통해 아름다움을 얻는다’는 의미의 중국어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지난해 외국인 환자가 100여 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국내 병원의 해외 환자 유치 규모가 2년 만에 20배 넘게 늘었다. 한국국제의료서비스협의회는 지난해 국내에 와서 치료를 받은 해외 환자는 1만6000명이라고 집계했다. 2005년에는 760명에 불과했다. 의료계에서는 병원들과 정부가 함께 외국인 환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주 패키지 여행상품으로 한국을 찾은 러시아 단체 관광객들이 검사복을 입고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경희의료원 제공]


◇“의료관광 희망 보인다”=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관이 외국인으로부터 벌어들인 수입은 2006년 5900만 달러에서 지난해 6160만 달러로 늘었다. 장경원 협의회 사무국장은 “한국 의술이 선진국 수준이지만 선진국에 비해 의료비가 낮기 때문에 한국을 찾는 외국인 환자가 늘고 있다”며 “2012년까지 10만 명 해외 환자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의학회는 미국의 의료 기술 수준을 100으로 할 때 치과·성형외과 등 한국의 주요 진료과목의 기술 수준은 90~91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기술 수준이 크게 뒤지지 않는데 평균 진료비는 미국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병원들의 자신감도 커지고 있다. 인하대병원은 2005년 300여 명에 불과한 해외 환자를 올해는 최고 1000여 명까지 유치할 계획이다. 이 병원은 일단 미국 교포를 적극적으로 유치한 뒤 입소문을 통해 현지 미국인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 병원은 한국의 평균 진료 비용이 미국보다 훨씬 낮다는 점을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건강검진에 드는 비용은 한국에서 평균 50만원이지만 미국에서는 250만~300만원에 달한다. 항공료를 감안하더라도 한국에서 진료받는 게 ‘남는 장사’라는 것이다.


◇진료 종목 다양화해야=한국에서 진료를 받는 외국인은 대부분 동남아나 중국·일본 사람으로 이들이 받는 진료는 성형외과·치과·건강검진 등에 몰려 있다. 또 상류층의 경우 위중한 질병에 걸리면 해외로 나가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의료 서비스 수지 적자는 2006년 6000만 달러에서 지난해에는 7150만 달러로 오히려 늘었다. 외국 환자 유치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학생·해외 여행객 등이 급증하면서 해외에서 치료받는 내국인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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