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은 해도 아이는 함께 키우세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1. 결혼 2년차인 A씨는 외국에 거주하는 시부모가 수시로 찾아와 장기간 머물다 간다는 이유로 남편 B씨와 심하게 다퉜다. 양쪽 모두 고학력에 고소득자들이다. 하지만 A씨는 B씨가 생활비를 충분히 주지 않는다며 결국 이혼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부장판사 정승원)는 아들 한 명을 둔 이들 부부에게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까지는 아빠가, 금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아침까지는 엄마가 아들을 돌보도록 하는 조정 결정을 내렸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양쪽 모두 자신들이 아들을 양육하기를 강력히 원해 판결보다 조정을 택했다”며 “이혼해도 엄마·아빠 공동의 노력과 정성으로 아들을 양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2. 결혼 7년차 된 C씨 부부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자녀 세 명을 고아원에 보냈다. 그 후 불화를 겪다 별거에 이르렀다. C씨는 결국 남편 D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0단독 최정인 판사는 C씨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C씨와 D씨 둘 다 자녀들의 친권자로서 양육을 책임지라”고 판결했다. 최 판사는 “현재 아동보호시설에서 지내는 자녀들을 이혼 후 데리고 나와 직접 양육을 맡을 가능성이 낮다”며 “양쪽 모두 좀 더 정기적으로 자녀들을 방문해 부모로서의 도리를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혼소송에서 친권과 양육권을 양쪽 모두에게 주는 법원의 판결과 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법원은 자녀 입장보다는 이혼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부모 가운데 어느 한쪽을 친권·양육권자로 정해 왔다.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본 것이다.

하지만 민법 837조와 909조는 이혼 시 양육권자와 친권자를 정하라고 규정해 놨지만 어느 한쪽에 주라고 못박지 않았다.

서울가정법원은 올해 1월 내부 워크숍을 통해 미성년 자녀에 대한 공동 친권·양육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비록 부모가 이혼했더라도 아이들은 아빠와 엄마 모두의 정신적·물질적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본 것이다.

박성우 기자

◇친권·양육권=친권은 자녀의 입학·전학, 긴급 수술, 재산관리 등의 문제에 있어 법적인 부모로서 행사하는 권리다. 실제로 자녀를 돌보는 양육권과 대비된다. 그동안 법원은 친권자와 양육권자를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판결해 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