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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식점 체인化 일정한맛이 관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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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외국의 손꼽히는 외식업체들이 잇따라 들어와 국내 요소요소에 체인점을 개설하고 있다.그러나 한식(韓食)의 경우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외식메뉴임에도 제대로 된 체인사업을 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외식업소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인건비와 제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업형 체인 전개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한식업의 체인화는 어디까지 왔는가.
현재 체인점 형태로 한식 외식업을 영위하고 있는 곳으로는 「마포 진짜 원조 최대포」등의 돼지갈비집,「놀부보쌈」등의 보쌈집,「잔치국수」등 국수 체인,「함흥면옥」등의 냉면집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여기에 최근들어 오징어 요리,닭갈비, 제주산 통돼지등 그 종류가 다양해지는 추세다.
국내 한식은 비교적 체인화가 쉬운 국수류에서 가장 빠르고 광범위하게 이뤄져 80년대초부터 등장한 국수체인 본부는 현재 20여개를 헤아리고 본부마다 2백여개에 가까운 체인점 수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갈비.불고기.해물탕등의 업종을 보면 딱히 꼽을만한 체인점이 없다.유명 갈비집.불고기집.해물탕집은 많아도 기업형태인 곳은 별로 없다는 이야기다.이같은 상황에서 그나마 성공사례로 꼽히는 곳이 ㈜놀부다.놀부는 서울 신림동에서 「놀부보쌈」 식당을 운영하던 오진권(吳振權.44),김순진(金順辰.43)씨 부부가 이 식당의 성업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생겨난 기업이다.吳씨 부부는 체인 가맹요청이 쇄도하자 90년 법인등록을 하고 91년에는 충북 음성에공장까지 지으면서 본격적으로 한식체인업에 나섰다.
현재 놀부보쌈 체인의 가맹점수는 1백개에 달한다.이 회사는 또 놀부 부대찌개.놀부 생등심.김밥 천국.제주도 통돼지삽겹살 등의 다른 메뉴도 개발,별도로 체인을 전개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체인점으로 알고 있는 명동 칼국수.고박사 냉면.충무 할매김밥등 유명업소들 중에는 체인이라기 보다는 본사의 분점형식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
고박사 냉면의 경우 고박사로 알려진 고순은씨 본인과 장남.장녀.차녀가 경기도 평택,서울 강남.신촌,충남 천안에서 고박사 냉면집을 운영하고 있다.충무 할매김밥도 창업자인 魚둘이 할머니의 자녀와 며느리들이 서울.마산 등지에 총 4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정도다.
이들이 사업을 체인점으로까지 확대하지 못하는 가장 큰 까닭은「고유의 맛」을 지키기가 힘들기 때문.일가친척끼리 하는 몇개 점포라면 맛을 유지할 수 있으나 불특정다수에게 체인점을 내게 하면 이미 그 맛이 무너진다는 것이다.바로 이 점이 한식 체인화의 구조적 어려움이다.외식업 컨설팅업체인 OGM코리아 강태봉(姜泰奉)지사장은 『해외 브랜드 체인점들은 음식을 반가공된 상태에서 본부로부터 공급받기 때문에 가맹점별 조리장소가 거의 필요없고 어느 가맹점이나 맛이 균일하 며 인건비도 적게 든다』고지적한다.그러나 한식체인의 경우 이처럼 반가공 상태로 만들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반가공하면 「손끝 맛」이라는 고유의 맛이죽는다는 것이다.
한식 체인의 부실은 조리의 어려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한국외식산업정보㈜ 유용(柳龍)본부장은 『체인사업은 수년간의 지속적인 투자를 필요로 한다.그러나 한식체인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대체로 투자능력도 적은데다 단기이익에 급급해 결 국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한다.
업계에서는 최근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소규모 한식체인점 본부를 가리켜 「2년짜리 장사꾼」이라고 냉소하기도 한다.대부분 몇년 못가 문을 닫은 선례를 근거로 한 말이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기본적인 수요가 있기 때문에 한식체인이 계속 생겨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런 현상으로 볼수있다.일본이 그러했듯 대기업들도 한식 외식체인에 차츰 눈을 돌리게 되리란 전망도 있다.
마포진짜원조최대포 최정호(崔廷豪) 부사장은 『첫 출발한 식당이 재개발때문에 두번이나 자리를 옮기게 됐는데 그때마다 물어물어 힘들게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았다.우리 갈비집이 이미 개인의식당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91년 서비스 차 원에서라도 가맹점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한다.
李京宣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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