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대장정>3.시베리아 횡단열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4인의 트럭 호송팀을 탑에 태우고 돌아서니 여간 마음이 켕기는게 아니었다.흡사 죄수호송차 같은 어두컴컴한 탑에서 닷새를 지내게 하는 것은 정말 못할 짓이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치타까지는 2박3일이 소요된다.취재팀은 먼저 치타에 도착해 트럭을 기다리기로 했다.
횡단열차는 컴파트먼트라 부르는 2인실,4인실의 객실로 이루어져 있다.그 안에서 먹고 자면서 여행하는 것이다.승차하자마다 차장이 침대시트와 소모품을 배급하고 여권검사도 실시하는데 우리는 이 예쁘장하게 생긴 여차장에게 스타킹을 선물하 고,잘 통하지도 않으면서 이것저것 말을 걸며 친한 척했더니 홍차 등 열차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서비스를 다 제공받았다.객실의 손님들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독서와 뜨게질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시베리아 철도의 총연장은 9천3백㎞.세계 최장을 자랑한다.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는 꼬박 1주일이 걸린다.
이 철도는 1891년 착공돼 1916년에 전 노선이 개통,러시아의 핏줄 역할을 맡게 됐다.철도공사중 대단위 광산이 발견돼시베리아 광업에 활기를 불어 넣었고,1897년 금본위제 채택의토대가 됐다.
차창 너머 시베리아의 석양이 흰 눈밭을 붉게 물들이는 풍경을바라보며 침대에 누워 잠시 고향생각을 하는 것도 이 북쪽 나라에서만 겪을 수 있는 독특한 여정(旅情)일 터이다.
글.사진=김용범〈다큐멘터리감독.사진작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