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침에>여성과 국제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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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인이 국제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되는 기회가 늘고 있다.기업인으로서는 외국 기업인과 합작및 라이선스 계약을 할 때가 대표적이다.수출.수입때 수시로 일어나는 바이어 상담도 크게 보면국제 협상의 하나다.
이와는 다른 차원으로 국가대 국가로서의 정책적인,특히 국제무역에 관련된 조약및 제약된 법규를 바꾸기 위한 네고(Nego)를 꼽을 수 있다.
우선 개인기업 차원의 네고를 보자.유럽 출장을 자주 다니는 필자는 개인적으로 한국을 대표해서 수출입및 합작건을 위해 외국기업인들과 직접 네고하는 경우가 많다.이때 남성이 아닌 여성이라는 사실이 협상에 도움이 되는가,그 반대인가 하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제 사회에서는 여성이기 때문에 받는 이익이 더 많다는게 필자의 생각이다.국제 사회에 심어진 한국남성들의 이미지가 상당히 부정적이고 왜곡되어 있어 국제 협상테이블에 앉은 한국여성은 상대적으로 신선한 이미지를 주는 듯하다. 외국인들에 의하면 협상 테이블에 나온 한국 비즈니스맨들은 한마디로 경직되어 있다고 한다.
딱딱한 얼굴(blunt face)에 윗분의 말에 절대 복종하듯 묵묵히 자기자리에 차렷 자세로 앉아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회의 시작부터 침묵과 부동자세를 취하면서도 네고에 들어가면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치 않은 일방적 요구를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한다.유교식 전통과 주입식 교육속에서 자라난 한국남성들로서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둘째는 국가적 차 원의 네고에서의 문제다.
최근 우리나라가 미국 등과 겪는 세계무역기구(WTO)제소건을보면 우리 정부 역시 민간기업과 마찬가지로 미숙하기 짝이 없다.외국인들이 우리를 보고 「무조건 문을 잠그고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봇물이 터지듯 걷잡을 수 없이 열어놓거나 개방하고도 이유없이 걸고 넘어진다」고 불평하는 것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미국의 통산업무 책임자중에는 칼라 힐스를 포함,다수의 여성이포진하고 있다.우리도 국제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는 섬세함과 집요함,국제화된 감각을 갖춘 여성을 협상전문가로 키워야하지 않을까.
〈㈜성주인터내셔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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