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경수로회담 어디로가나-韓.美.日의 속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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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韓.美.日 3국이 10일 합의한 대북(對北)경수로 전략 공조는 「동상삼몽」(同床三夢)일 수있다.표면적으론 3국 모두 한국형 경수로및 한국의 중심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지만 내심 서로 다른 계산을 갖고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한국형 경수로 채택 못지않게 강석주(姜錫柱)-갈루치 회담이 자칫 北-美정치회담으로 변질될까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우리 정부는 지난해 10월 제네바합의 이래 한반도 문제가 「先북미 합의,後한국 추인」이라는 구도속에 전개되 고 있는 것을 아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따라서 한국형 경수로 채택과 우리의 중심적 역할이 배제될 경우라면 차라리 기존 제네바 합의가 깨어지는 편이 낫다는게 정부의 생각이다.
반면 워싱턴의 정책 초점은 제네바 합의 유지에 맞춰져 있다.
제네바 합의를 클린턴 행정부의 가장 큰 외교적 업적으로 꼽는 백악관으로서는 무슨 수를 쓰든간에 이 합의를 끌고가야 할 형편이다.따라서 워싱턴의 고민은 어떻게 서울의 입장을 수용하는 한편 이를 평양이 받아들일 수 있게끔 포장하느냐하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워싱턴이 이를 위해 北-美 평화협정과 남북대화 카드를 활용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북한에는 경수로 문제가 해결되면 北-美 평화협정 체결도 가능할 것이라고 운을 떼는 한편서울에 대해선『우리 말을 안들을 경우 한국과 충 분한 협의없이,혹은 한국을 배제한 상태에서 북한과 평화협정체결을 추진하겠다』는 무언의 압력을 행사할 수있는 것이다.동시에 미국은 북한에남북대화를 종용하고 이를 기화로 우리 정부에 모종의 양보를 강요할 수도있다.미국의 내로라하는 대 기업들이 이미 나름대로 북한진출 채비를 갖춘게 미구에 닥칠 北-美평화협정을 전제한 것이라는 관측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일본은 경수로 문제를 北-日관계 개선 맥락에서 접근하고 있다.일본에 경수로 문제는 곧 재개될 北-日 외교 교섭의 전주곡에해당된다.경수로 문제에 대해 일본이 너무 강경한 자세를 견지할경우 나중 전개될 외교 교섭에 부정적인 효과를 미칠 우려가 있다. 한편 북한은 「강석주-갈루치 회담」을 北-美 정치 관계 개선을 위한 징검다리로 활용한다는 속셈이다.평양의 경수로 방정식은 北-美적대관계 종식→새로운 평화보장체계 수립을 추구하고 이과정에서 한국배제→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지는 일련의 연결고리를만들어내자는 것이다.
이렇게 볼때 향후 경수로 문제의 초점은 강석주-갈루치 회담을고비로 경수로에서 北-美관계개선으로 이동할 것이 확실시된다.또北-美고위 회담의 결과는 올 6~7월께의 남북대화로 이어질 공산도 크다.그러나 문제의 키를 쥐고있는 워싱턴 이 자칫 평화협정등의 문제를 놓고 오버 페이스한다면 서울-워싱턴간에는 상당한불협화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崔源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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