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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실용화 메카로 떠오른 광주과기원 GTI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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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광주시 광산구에 있는 전자제품 제조업체인 신원전자정밀㈜는 미생물을 이용한 가정용 음식물쓰레기 처리기를 개발하던 중 악취 제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다 2006년 3월 광주과학기술원 과학기술응용연구소(GTI)를 찾았다. 연구소 측은 외부 자문단인 문희(응용화학) 전남대 교수를 포함, 석·박사 출신 연구원 4명에게 맡겨 수분 응축 기술로 이 악취 문제를 풀었다. 이들은 음식물처리기의 소음·진동 저감 기술을 덧붙여 지난해 11월 제품을 상품화했다.

이 회사는 올해 음식물 처리기 2만9000대 9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연구소는 기술료로 회사로부터 연 1억원 이상을 받는다.

박일만(50)사장은 “학문적 연구 성과와 현장 기술자의 노하우를 결합해 최고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광주과학기술원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벤처기업 엘에스팜은 GTI를 통해 이 학교 김용철(생명공학) 교수팀이 개발한 항암약물 ‘클로린 e6’ 제조기술을 지난해 2월 이전 받았다. 이 제조기술은 국내 청정해역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해양수산물에서 높은 순도의 약물을 추출해 저렴한 가격에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으로 평가받았다. 회사는 약물 상품화에 앞서 기능성 암 예방식품을 생산해 올 매출 5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 과학기술응용연구소가 과학기술의 실용화 전문기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연구소는 광주·전남지역 대학과 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는 기초 연구 결과물의 실용화와 사업화를 위해 2005년 1월 설립됐다.

자칫 묻혀버리기 쉬운 기초 연구 결과물을 시장이 요구하는 고부가가치 기술로 발전시켜 산업체에 이전해 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 동안 음식물 처리기와 항암 기능성 식품 양산 기술 같은 실용화 연구개발 과제 48개를 수행했다.

광주과학기술원 보유 특허 등을 활용한 실용화 기술 26건을 산업체에 이전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들 업체로부터 기술료 명목으로 5년에 걸쳐 31억원을 받기로 했다.

연구소 측은 기술 이전 대상기업 28000곳을 데이터베이스화해 활용하고 기술 이전 후에도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시장 정보 등을 제공해주고 있다.

또 지역 업체가 풀기 어려운 기술 100여건에 대한 지도로 원가 절감 73억원, 생산성 향상 122억원의 효과를 올렸다.

◇석·박사 출신 연구원 20명 전담=광주과학기술원 과학기술응용연구소는 연간 50억원씩 2014년까지 예산 480억원을 활용해 세계적 연구소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이 지역의 낙후한 산업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실용화를 앞당기자는 취지로 예산을 따 왔다.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1인당 특허 보유·등록 건수가 6.3건(2006년 기준)으로 국내 대학 중 가장 많은 점 등이 고려됐다.

연구소는 석·박사 출신 연구원 2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지역 교수와 변호사·변리사 등 외부 전문가 100명을 두고 산·학·연 협력체제를 높여 왔다.

소장은 일본 도요타와 삼성중공업의 연구원을 거쳐 94년 광주과학기술원에 온 이선규(51) 박사. 이 소장은 서울대를 나와 도쿄공대에서 석·박사를 했다. 그는 과학기술의 실용화에 앞선 일본의 업체에 근무한 경험 등을 살려 대학과 산업체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연구소의 기술경영부장은 ㈜미원 상품기획마케팅 부장과 바이오 벤처업체의 신규사업 임원을 지낸 김원(50)씨가 맡았다. 기술사업화 팀장은 광통신 부품 회사를 운영하다 특허기술 이전 활성화에 관심을 갖고 뛰어든 박상흠(45)씨가 설립 당시부터 맡고 있다.

현장 경험이 풍부하다는 게 이들의 공통점이다. 이 소장은 “중소기업인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시장이 요구하고 시장을 끌고 갈 수 있는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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