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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부 對日무역보복 결정 양국 분위기-일본의 여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일본은 이번 美日자동차협상 결렬을 계기로 대미(對美)일변도에서 세계를 향한 적극적인 전방위(全方位)통상외교로 전략을 바꾸고 있음이 역력하다.캐나다에서 있은 협상이 결렬되자 바로 도쿄에 돌아온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통산상은 골 든위크(대형연휴)의 마지막날인 7일(일요일)저녁7시30분 통산성본관 10층에서 긴급 국내외 기자회견을 갖고 협상전모를 밝히면서 『결렬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비난했다.일본의 핵심장관이 이처럼 미국에 직격탄을 들이댄 것은 전례를 찾 아보기 어려운 돌출행동에 가깝다.
일본이 회담결렬을 전제로 통상외교의 전환을 준비해온 흔적은 도처에 나타난다.
도쿄에서 美日자동차협상 실무자회의가 열렸던 지난 4월27일 오후5시.같은 시간 자동차산업을 관장하는 통산성 기계정보산업국의 와타나베 오사무(渡邊修)국장은 자기방에서 외신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이날 배포된 홍보자료는 객관적 수치와 도표중심으로엮어진 것으로 외국기자들도 탄복할 정도로 정교했다.와타나베국장은 열흘뒤에 있을 美日자동차협상 장관회담이 결렬될 것을 각오한듯 강성(强性)으로 돌지 않을 수 없는 일본의 입장을 넌지시 비치고 반응을 살폈다.
일본은 현재 미국의 보복관세에 맞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준비를 치밀히 하고 있다.9일 통산성의 협상설명팀이 한국을 방문한 것도 그 일환이다.통산성은 주일한국대사관에 『한국도 머지않아 일본과 같은 처지에 놓일 것이니 일본 과 손잡고 잘해보자.도움을 바란다』는 요청을 해왔다.협상설명팀은 유럽에도파견됐다.통산성은 얼마전부터 매주 각종 행사스케줄을 외국특파원들에게 팩스로 보내주고 있다.
일본이 이처럼 적극공세를 취하는 이면에는 미국의 대일제재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
미국이 주요 보복관세 부과대상으로 꼽고 있는 고급승용차들이 마진율이 짭짤한 인기차종이라는 점이 부담되긴 하지만 미국「빅3」자동차사의 대일의존도가 적지않아 결정적인 타격은 입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미국의 자동차회사들은 엔진부품이나 변속기등 핵심부품은 아직 일제 수입품 의존 비율이 높기 때문에 미국정부가 쉽사리 높은 관세를 매기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부품에 부과되는 관세가 미국내 자동차가격에 전가될 경우 미국소비자들의 부 담만 늘어나기 때문이다.또 11일에는 통산성의 주요부서 과장.과장보좌등 실무자 11명이 나와 통산성별관에서 아시아지역 특파원들과 점심을 나누며 통산성의 아시아정책.미일관계. 엔고대책등에 대한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여기다 WTO에 제소할 경우 실제 제재시행전까지 상당한 시간여유가 생기는데다 국제여론에 「미국의 일방적인 보복」을 적극 부각시킴으로써 WTO에서의 전면전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미국에 쩔쩔매던 일본이 마침내 「노」를 선언하면서 취하고 있는 대응이 어떤 효과를 낼지 주목된다.
[東京=郭在源.金國振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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